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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중국에서 중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웹사이트와 검색 결과를 차단하는 검색엔진을 준비 중"

"중국 정부 금지한 사이트와 단어 차단" 미중 갈등 악화로 출시에 시간 걸릴 듯

"구글, 중국에 굴복…검색 검열하는 앱 준비"
"중국 정부 금지한 사이트와 단어 차단"
미중 갈등 악화로 출시에 시간 걸릴 듯

 8년 전 구글은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 때문에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철수했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구글은 중국에서 중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웹사이트와 검색 결과를 차단하는 검색엔진을 준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글은 이미 중국 정부 관리들에게 이 서비스를 시연했다고 이들은 말했다.

지난 2010년 검열과 온라인 해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면서 중국을 떠났던 구글의 정책이 극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앞서 구글의 검열 검색엔진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한 온라인매체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드래곤플라이'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를 맡은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은 지난해 봄부터 중국 맞춤형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 정식 버전이 출시되려면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이 중국의 검열을 수용하면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서 "인터넷 자유에 암흑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 직원들 사이에서도 중국 정부가 금지한 콘텐츠를 제한하는 검색 앱에 대한 반대가 있다.

구글 내부망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은 직원 몇 명이 이를 거부하고 다른 팀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검열 정책에 대한 회사의 기존 정책과 배치되며, 기술이 인권에 저촉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최근 구글이 세운 인공지능의 윤리적 이용에 대한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검색 외에도 유튜브와 이메일 서비스, 앱 스토어(플레이스토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국에서 '만리 방화벽'이라 불리는 중국 당국의 통제 시스템에 막혀있다.

중국에서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세계적인 소셜미디어가 막혀있으며,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같은 매체에도 접근할 수 없다. 카카오톡 같은 한국 메신저 앱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구글은 최근 세계 최대 인터넷 인구가 있는 중국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은 지난 6월에는 중국 온라인 소매업체 JD닷컴(징둥)에 5천5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춘 연구소를 열 계획을 밝혔고 중국 시장을 위한 번역과 파일 관리 앱을 출시했다.

구글은 중국에 700명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베이징에서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구글이 떠난 후 중국에서는 바이두를 포함한 토종 검색엔진이 부상했다.

중국의 지배적인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검색 결과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같이 전체주의 정부를 비판적으로 그린 소설에 대한 언급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금지됐다.

더인터셉트가 입수한 구글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중국 검색 앱은 이용자가 검색하면 금지된 웹사이트를 결과에서 제외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일부 검색 결과가 삭제됐을 수 있다"는 문구를 띄운다. 문서에서 예시로 든 사이트에는 영국 BBC방송과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있다.

또 금지된 단어나 문구를 입력하면 아무런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미지 검색이나 자동 맞춤법 체크, 검색어 제안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전환은 미국 기술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품을 중국 시장에 맞추는지를 보여준다고 NYT는 지적했다.

구글의 중국 검색 앱 출시는 우선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미국 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카드로 쓸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중국 정부 사이의 논의는 미중 무역전쟁 전부터 시작됐으나 지금은 협의가 원만하지 않다고 한 소식통은 NYT에 전했다.

미즈호은행 애널리스트 제임스 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관계 때문에 구글이 중국 시장에 이른 시일 안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통제를 따르는 구글이 바이두와 차별화해 이용자에게 큰 쓸모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인터넷데이터센터의 리서치 부문 대표 류싱량은 "우리가 환영하는 것은 정상적인 구글이지 중성화한 구글이 아니다"면서 "제2의 바이두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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