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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두환, 회고록서 5·18 왜곡·관련자 명예훼손”

5·18단체·유족에게 7천만원 배상,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판결 “일부 세력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 객관적인 검증 거치지 않아”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회고록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 쓰였다며 출판 및 배포를 금지했다.

광주지법 민사14부(신신호 부장판사)는 13일 5·18 관련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부자에게 5·18 관련 4개 단체에는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또 회고록 일부 표현(1판 32개, 2판 37개)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를 금지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회고록에 나온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5·18 관련 23개 사실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5·18은 신군부 정권 장악을 위한 5·17 비상계엄확대조치에 반대하고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가 정국 장악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 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지 오래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두환은 이런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당시 계엄군 당사자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변명적 진술을 한 조서나 일부 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서  5·18 발생 경위,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5·18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5·18 과정에서 무력적인 과잉진압을 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증거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주장처럼 5·18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 있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왜곡이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헬기 사격을 부정했으며,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5·18단체와 유가족은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앞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회고록 출판·배포를 금지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와는 별개로 회고록에 허위사실을 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번 민사재판(가처분·손해배상 소송)에서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이 나와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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