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그의 제1 국정임무가 국가방위와 민생이므로 항상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의 삶을 보살피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다.
특히 국방임무는 나라를 적으로부터 보호 존속시킨다는 의미에서 그 어떤 통치활동 보다도 우선시 된다.
나라가 없어지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인처럼 국가방위 임무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는 국민은 단 한 사람이라도 소외됨 없이 국가적으로 ‘영웅’의 예우를 해줘야 정당하다.
그 어떤 죽음도 나라를 지키다가 바치는 죽음 보다 더 숭고한 것은 없다고 본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으로 산화한 소중한 국군들에 대한 대통령과 집권 정치인들의 시각과 자세에 대한 논란이 많았었다.
여러가지 사정과 예민한 배경도 있었을 수 있다.그러나 여론에 떠밀려 몇 달 뒤 또는 해를 넘기고 마지 못해 이들 호국 영령들을 참배하러 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거국적 추모분위기와 사후처리 과정을 우리는 지켜 보아 왔다. 지금도 기회마다 그들은 리본을 달고 추모를 이어간다.
천안함처럼 신성한 국방의무 수행 중 희생된 장병들에 대한 관심도와 그 보상은 여행 중 사고를 당한 세월호 학생들의 그것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이래서야 누가 군에 가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국군 장병의 숭고한 죽음이 이 정도 가치밖에 안되는 것인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도 물론 애석하다. 그러나 국가가 없으면 학생들도 그들의 꿈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평가의 잣대로 고려해야 형평성이 맞다고 본다.
당리당략에 의해 고무줄 눈금으로 들여다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반국가적 행위다.
1993년 10월, 110톤급 여객선 ‘서해 페리호’ 침몰로 292명이 사망했다. 세월호와 동일한 사고다.
1983년과 1987년 대한항공기의 폭파 또는 피격으로 384명이 희생되었다. 시대적 여건이 같을 수는 없지만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보상도 세월호와는 비교도 안됐다.
작년 12월 3일 서해 영흥도에서 낚싯배가 전복되어 낚시꾼 15명이 사망했었다. 대통령은 국무회의 주재를 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일동기립하여 묵념 애도하며 최고의 예우와 조의를 표했다.
제2의 세월호, 소형 세월호 사건인양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지난 7월17일에는 작전 중 마린온 헬기사고로 정예해병 9명이 순직했다. 대통령의 제1 임무 국가보위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화만 보내고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통령은 낚시꾼들이 사고로 죽으니까 긴급성명을 내고 국무회의에서 추도묵념까지 하더니 국군 장병이 순직했는데도 일찍도 조문객을 보냈다”라며 유족들은 뒤늦게 찾아 온 비서관의 조문을 거절해 버렸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나 그의 비서진들, 집권여당의 군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군부에 대한 심한 컴플렉스나 두려움,편견 또는 과민반응 증세가 있다면 국가적으로 심각한 일이다.
특히 육군과 보안부대에 대한 생각은 더 예민해 보인다. 육해공 어느 군도 필수불가결한 방위자산이기에 편애나 편견의 시각은 있을 수 없다.
청와대는 군 신경조직인 기무부대를 흔들고 분해해 기능을 대폭 축소시켜 버렸다.
군복무 단축계획을 밀어붙이고, DMZ 내 일부 GP를 철수 한다든가, 군 간부들의 비리 비행을 계속 파헤치며 군 때리기도 한동안 이어졌었다.
국방부장관의 위상을 어정쩡하게 만들더니 끝내 교체하겠다고 했다. 물론 또 비육군 출신이다.
많은 군 간부들은 지금 조롱당하는 기분마져 들것 같다.
군을 홀대 수준을 넘어 혐오에 가깝다고 걱정하는 이도 많다.
고려시대 무신들의 멸시천대에서 촉발된 무신정변(武臣政變)까지 생각나게 한다.
국방백서상 주적(主敵)을 삭제하고 종전선언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이 없어진 이 나라에서 존재이유가 없어질 군은 해산절차만 남고, 주둔 명분이 없어진 유엔군은 철수해야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
남북이 해상완충구역을 만든다는 미명하에 서해의 전략적 해역을 덕적도 인근까지 활짝 열어 줄 예정이다. 어떤 도발도 무력대응을 못하게 하면 사실상 NNL은 없어지는 셈이다.
국군 통수권자와 군 수장의 의도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 이런 일련의 상황과 절차가 북한의 전략데로 끌려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국경이 있는 한 군대는 있어야 하고 태평성대일수록 강한 군대가 필요한 것이다.
남북 정상의 만남만으로 곧 통일이 될 것 같은 핑크빛 축제 분위기를 띄우면 국군들은 총을 버리고 집에 갈 날만 고대하지 않을지. 그렇다면 군은 이미 와해단계에 와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기와 긍지,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바탕을 둔 군의 정신전력 즉 전투의지(戰鬪意志)가 상실되면 군대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되어 버린다. 전시에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기 급급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군은 어디로 가고 이 나라는 누가 지키겠단 말인가.
대통령과 군은 국가안보를 맡고 있는 동역자(同役者)요 동반자다. 서로 신뢰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국정의 기본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 나라의 군주(君主)는 그 나라의 군통수권자다. 무신(武臣)들을 혐오하고 군대를 필요악(必要惡)으로 본다면 이미 군주 자격이 없다고 본다.
나라를 방위하고 백성들을 보호할 의지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선군(先軍)정치는 아니더라도, 신성한 국가방위 의무를 수행 중인 군인에게는 살아있든 죽든 절대적인 존경과 예우를 아끼지 말아야 옳은 정치다.
한동안 군인들 사이에서 '세월호는 순교, 천안함은 개죽음'이라는 말이 유행 했었다. 꺾여버린 군의 사기를 나타낸 말이다.
작전중에 일어난 군인들의 숭고한 순직을 여행중 또는 취미활동 중 사고로 사망한 국민들보다 저평가하는 어처구니 없는 우(愚)를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인들도 이제는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행동도 할 때라고 본다.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밝힌 임무 중, 대소경중(大小輕重)을 잘 헤아릴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이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