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세 가지 필수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칠 수 없다. 그것은 시간과 돈, 그리고 건강이다. 이 중에서 시간(5~ 6 시간/라운드)은 잠을 덜 자거나 할 일을 미루거나 포기하면 된다. 돈은 빌리면 가능하다. 그렇지만 건강이 나쁘면 해결방법이 전혀 없다.
60대 중반 노령기에 들면 질병은 아니라도 신체의 근육량 근력 유연성 등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골프기량도 현저히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런 자연섭리를 완전 초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프는 수제비와 같다’고도 한다. 먼저 빚어 넣은 반죽이나 나중에 넣는 반죽이나 건져먹는 시점은 다 똑같다. 골프를 일찍 시작했거나 늦게 채를 잡은 사람이나 결국 최초의 ‘백돌이 백순이’(100타 내외로 치는 초보자)로 되돌아 와서 골프일생을 마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그런데 골프일생의 황혼인 노령기에 들어서도 ‘지는 해’이기를 거부하고 여전히 활짝 피어있는 청춘 여성골퍼가 있다. 60대 나이에 라운드 때마다 여전히 로우 싱글 스코어(low single score)를 기록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 비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 고창읍내 맛으로 소문난 콩나물 해장국집에 들어섰다. 아침 일찍부터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차 있었다. 주인공을 찾으니 앞치마 두른 초로의 평범한 어르신이 주방에서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임형례(林炯禮. 62세. 구력15년)황혼기에 접어든 여성골퍼다.
골프를 취미로 삼으며 인생을 즐기는 여유로운 귀부인, 또는 편안한 여생을 즐기는 마나님일 것이라는 상상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서 당황스럽다.
“골프가 뭐 별거 있나요. 왜 다들 그렇게 어렵다고 떠드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그녀는 전문프로도 아니고 성격도 골프와 전혀 맞지않는 급한 성격이라고 했다. 하나님도 부러워하는 주 3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생업에 얽매여 이웃들과 가까운 석정힐CC, 선운산CC, 또는 고창CC에 주 1회 정도만 다닌다.연습장에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유한마담들도 많지만 그녀는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만 가벼운 숏게임(그린주변 전술) 연습 정도가 전부다.
“남편이 골프가 너무 어럽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한번 따라 해 본 것이 그만 여기까지 왔네요. 끝까지 머리박고 천천히 안전하게 스윙을 합니다. 거리보다 또박또박 정확성을 위주로 치죠. 숏게임에 집중하고 우드가 자신 있습니다.”
골프는 3일만 연습 안하고 나오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 챈다고 했다. 자기 헨디를 유지 또는 개선하려면 라운드도 자주하며 수시로 연습장도 나가서 스윙교정 레슨도 받아야 가능하다.
필드에서 이름을 날리던 유명 프로들도 은퇴하여 60대에 접어들면 급격히 기량이 떨어진다. 잘 치는 아마추어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 일반 아마추어 여성 골퍼들이라면 내리막 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녀는 예외인 것같다.
골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중에, ‘채 한 번 안잡아 본지 몇 달 되었다’ 또는 ‘몇 달 만에 처음 필드 나왔다’ 라는 허풍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슬쩍 살펴 보았다.매일 수백 개의 연습볼을 친 소위 ‘악어 손바닥’은 아니다. 필드에서 살다시피 해서 팔 다리가 반검둥이 피부도 아니었다. 소규모 식당에서 일하는 그녀에겐 시간적으로 그런 허풍이 있을 수 없어 보였다.
그녀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도 180미터, 남자들의 평균 거리보다 더 나간다. 거기에다 우드샷의 정확도가 좋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따라서 그녀에게는 코스 공략시 거리로 인한 문제가 없고 우드샷이 정확해서 그린 키핑률(on green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그녀의 골프를 요약해보면, 헤드업(스윙순간 머리들기)을 가장 조심하고 힘빼고 천천히 스윙한다.
거리보다 정확성을 중시한다. 이리 보고 저리 재고 지나칠 만큼의 신중한 숏게임에 포커 페이스 마인드 콘트럴까지. 이것이야말로 골프의 전부라 할 수 있다.
헤드업만 안해도 미스샷의 70%가 예방된다. 숏게임만 잘해도 67%점수는 이미 확보하게 된다.
출제예상 문제와 출제범위를 이미 알고 있는 영리한 학생같다고도 할 수 있다. 즉 그녀는 골프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스코어가 나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누구나 다 알고있는’ 그녀만의 비법으로 보인다
그녀의 체력은 강하면서도 유연성이 좋은 듯하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집념과 뚝심이 있다고 한다. 승부사 기질이 넘쳐 보였다.
성격은 급하지만 필드에서는 마음을 넓히고 낙천적, 긍정적 마인드로 골프에 임한다.프로급 골프 멘탈관리를 스스로 하고 있었다. 몸으로 하는 스윙기량 보다 더 중요한 골프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신사숙녀들의 매너 스포츠다. 매너없는 싱글보다 매너있는 초보자가 더 존경 받는다. 그녀는 예의바른 언니, 겸손한 왕싱글로 항상 주변의 존경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골프는 힘이나 나이로 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핵심을 알고 힘빼고 천천히 스윙을 하되 강한 멘탈을 갖고 임하면 잘 칠수 있다.그녀의 나이에도 이 정도 친다는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72타 이븐이 그녀의 지금까지의 ‘라베’(Life best 생애 최저타)라고 한다.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해서 변함없이 골프를 사랑하고, 70 ~80세에 들어서는 에이지 샷(age shot 나이와 같은 숫자의 점수)까지 할 수 있길 응원한다.
골프에 살고 골프에 죽는다는 ‘골生골死’정신으로 모든 여성골퍼들의 골프 롤모델이 되어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연락처 : 고창 전주식 토속 콩나물 해장국
(063)564-0304
최중탁 기자 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