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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베개 동상이몽

하림산책 - 박하림
한 베개를 베고 자는 사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친한 사이로 흉허물 없는 한 몸 같은 사이일 것이다. 

그런 사이란 부부나 형제자매, 애인, 동지, 친구 같은 관계일 것이다. 그런대 그렇게 한 베개 베고도 동상이몽이라면 그런 불행이 없을 것이다.

 기업에서 노사관계가 딱 한 베개 베고 자는 부부 같다. 해서 기업을 가정 같다고 비유한다. 부부나 노사나 국가와 국민, 사제 관계가 배의 이물과 고물 같은 관계다. 

 배를 나가게 하는 선미 고물이 제대로 노를 젓지 못하거나, 선수의 이물이 배의 방향을 잡는 삿대질을 잘 하지 못하면 배는 제방향대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말이 공동운명체라는 의미다. 이물과 고물이 선수와 선미로 나뉘어 하는 역할이 다르지만 죽고 사는 게 같은 배에 실려 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한 배를 몰아가면서도 이물과 고물에 앉아 제 역할을 함에 있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제 의무와 책임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이물은 고물더러 힘껏 노를 젓지 그게 뭐냐고 추궁하고 고물은 이물더러 삿대질을 그렇게 해서야 고물에서 힘만 들지 어디 계획대로 나아가겠냐고 원망한다. 이물과 고물이 서로 원망하고 비난하며 싸우면 그 배는 어디로 가다가 언제 암초에 부딪힐지 모른다. 

 기업의 경우 한 베개를 베고 자는 관계인 노사가 동상이몽으로 그 기업을 망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은 터에 노사가 똘똘 뭉쳐 구조조정으로 경영효율을 높여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룬 다음 흑자경영을 달성해야만함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갈등을 계속, 대립관계로 기업의 장래를 불안스럽게 만든다.

구조조정은 노조가 감정적으로 반대, 생산성을 정체시키는 문제의 해결을 고질화 시켰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인원감축은 반대였다. 

그런가하면 해연하게도 노조는 매년 한 차례 열리는 단체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붉은 머리띠 값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강경 일변도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무리한 복지시책을 들어달라고 밀어붙인다. 

기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고 누적 적자가 얼마나 엄청나며 국제경쟁력이 낮아 매출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노조 제안의 관철에 막무가내다. 

머잖아 재무상태가 파탄 나 한 베개를 베고 잘레야 잘 수도 없다는 빤한 사실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그런 정떨어지는 경우를 치르면서 사용자측은 자꾸 딴마음을 품게 되는데 기회만 온다면 값싼 임금으로도 존경 받고 고분고분 일 잘하는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거 국가경제에 커다란 손실이고 일자리 창출에 온통 조야가 골몰하고 있는 데다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의 진실이 그러함에도 우리나라에 유독 팽배한 인식착오가 있으니 이른바 고약한 ‘반 기업정서’다.

 필자의 단문 탓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에 저와 같은 국민적 반 기업정서가 우리처럼 만연돼 있는 데가 없다고 믿는다. 전 노동인구의 거의가 기업에서 일하는데 기업 보기를 원수 보듯 하다니 크게 잘못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한 베개를 베고 자는 사이인데도 이해상관이 상충된다 해서 아옹다옹 싸우기만 한다면 새와 조개가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물고 물린 형국이 되어 지나가든 어부한테 잡히는 형국이 될 것이다. 

새와 조개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후회막급 할 때면 만사휴의, 새든 조개든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베개를 베고 자는 사이는 함부로 동상이몽을 꿔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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