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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국민연금 ‘싹둑’… 폐지론 대두

국민연금제도발전위, 당분간 현행제도 유지하되 장기적 폐지 제안
 

“국민연금이 나오다가 안 나와서 (연금공단에) 전화했더니, 돈을 벌고 있는데 연봉이 3400만원이라 못 준다고 합니다. 요즘 60대 중반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돈 벌어서 안 준다니, 수급연령이 되면 내가 낸 돈 줘야지, 수입이 적어야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민연금의 이른바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두고 인터넷에 수시로 올라오는 불만이다.

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 감액 제도는 소득이 있는 고령층의 연금을 줄여서 노후소득의 형평성을 맞추고자 일하는 노인의 국민연금을 깎는 제도다.

노령연금 수급자(정규 수급연령 62∼65세 미만)가 사업하거나 직장에서 일을 계속해 A 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월 소득으로 2018년 10월 기준 227만516원) 이상의 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이 생기면, 연금액 일부를 깎아서 주는 장치다.

이전에는 노령연금 수급자의 소득과 상관없이 수급개시 연령을 기준으로 10∼50%씩 연금 지급액을 깎았지만, 2015년 7월 말부터 A 값을 초과한 소득을 100만원 단위의 5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이 높아질수록 5%씩 감액률을 높여 최대 50%를 깎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들은 일하기도 힘든데 용돈 수준의 연금마저 깎느냐며 반발해왔다. 실제로 이 감액 제도의 적용을 받아서 2017년에 연금이 깎인 노령연금 수급자는 4만4723명에 달했다. 1인당 평균 감액 금액은 13만4170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늙어서도 일하는 노인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나온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 보고서를 보면, 2000년 66.2%였던 55∼59세 고용률은 2017년에는 72.6%로 올랐다. 같은 기간 60∼64세는 53.0%에서 60.6%로, 65∼69세는 42.9%에서 45.5%로, 70∼74세는 26.6%에서 33.1%로 각각 고용률이 높아졌다.

한국의 60∼64세 고용률은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과 비교해도 두 번째로 높았고 65∼69세와 70∼74세 고용률은 어떤 EU 회원국보다 한국이 더 높았다. 한국의 70∼74세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고다. 한국의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은 노후 생활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부담하는 이들의 비율은 61.8%였다.

올해 기준 55∼79세 고령자 중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비율은 64.1%로 작년보다 1.5% 포인트 높아졌다.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이 59.0%로 가장 많았다.

OECD는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가 고령자의 노동 동기를 약화해 장기적으로는 노후 보장, 연금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폐지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감액 제도를 폐지하면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정규직 남성이 주로 혜택을 보며 과잉보장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연금재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당분간 현행제도를 유지하되, 앞으로 근로 고령자 증가속도를 보면서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이 이뤄지는 시점에 폐지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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