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는 뺨을 맞고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 훈수는 바둑 장기에서 더 좋은 수(手)를 가르쳐 준다는 뜻이다. 당사자들은 흥분하고 긴장상태가 되어 수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부담없이 구경하는 옆 사람은 편한 마음이기에 판이 잘 보인다. 그래도 훈수란 성공하면 반대편에서, 실패하면 이쪽으로부터 이래저래 뺨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골퍼들의 속성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3개월만 배워도 스윙의 원리와 이론을 다 알게 된다. 그래서 다들 이름 뒤에 ‘프로’(골프 선생)라고 칭해 준다. 고수들은 웬만해서 훈수를 안 하려고 하는데 하수 초보자들은 웬만하면 훈수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연습장에서 레슨프로들은 훈수꾼을 싫어한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기 제자의 마음가짐과 스윙교습 과정을 혼돈 시키고 흐트러 놓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002~ 2004년 미셸 위의 전담 코치 개리 길 크리스티는 슬럼프에 빠져 있던 미셸 위에 대해 “너무 많은 사공들(훈수꾼)이 미쉘 위를 망쳐 놓았다”고 불평 했었다.
훈수꾼의 심리상태를 보면 1. 사회적 동물로서 항상 자리에 끼어 들어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본능 2. 훈수로 이길 때 우월감 과시와 자기만족 3. 보이는 수를 모르고 있으면 알려 주고싶은 충동, 세 가지다.
이미 100여 년 전 오버렙핑 그립법을 창안한 헤리 바돈(Harry Vardon)은, ‘몰라서 못 하는것 보다 알면서도 못 하는 것이 스윙동작이며, 아침에 자신감이 생겼다가 저녁에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이 골프스윙이다’라고 했다.
즉 고수들도 자기스윙이 무너진 원인을 모를 때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훈수는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뺨을 맞을 수도 감사의 인사를 받을 수도 있는 양면성 때문에 세심한 주의와 요령이 필요하며,이 또한 중요한 골프 매너 중의 하나다.
1. 상대가 요청할 때만 훈수.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정중히 물어 본다. ‘이렇게 한 번 해보라’ 라며 권하라.일방적으로 남에게 훈수하는 것은 큰 결례다.
2. 초보 레슨 수강자에게는 절대 금물.
프로들은 체계적 단계적으로 레슨한다.
이 과정에 불쑥 끼어들면 교습체계를 무너뜨려 레슨을 방해하는 행위다. 수강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이건 훈수가 아닌 참견에 불과하다. 변별력이 있는 고수에게만 훈수는 금방 이해되고 고쳐진다.
3. 자기스윙이 FM인양 착각하지 마라.
스윙기술은 백인백색이다. 기본은 같지만 스윙형태는 체형, 체중, 나이 등에 따라 다양하므로 ‘그렇게 하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만 된다’라고 말하지 마라.
프로는 그 사람에게 맞는 스윙을 골라서 교습하기 때문이다.\
4. 스윙은 시범으로 훈수하라. 이론은 알고 있지만 실제스윙은 3차 방정식 만큼 어렵다. 실제 스윙 시범을 보여라. 구질과 비거리가 마음에 들면 배우려 할 것이다. 실제스윙에 자신이 없으면 접근하지 말라.
5. 때와 장소를 가려라. 그 사람의 기분상태나 주변 여건을 관찰 후 훈수하라. 라운드 중에는 한 두가지 테크닉만 가르쳐라. 한 번에 다 가르치려 하면 한 가지도 머리 속에 남지 않을 수도 있다.
6. ‘어떻게’를 훈수하라. 스윙할 때 힘 빼라고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힘이 빠지는지 자기만의 비법을 훈수하라.
골프명언 중 ‘골프는 두 개의 스윙만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연습할 때 멋있는 스윙과 공을 칠 때의 엉터리 스윙이다. 또 ‘세상에 가짜가 진짜보다 좋은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골프 연습스윙(가짜)과 실제스윙(진짜)이다’ 라는 농담도 있다.
진짜스윙 단 한 가지만 할 수 있도록 서로 예의를 갖춰 훈수를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