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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 ‘단계적인 진화’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박사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제16차 복음통일 포럼 특강 2 예전과 같은 방식은 10~15년 후 체제 붕괴 사실 알고 있어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5 한반도통일 심포지엄’에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북한 경제의 최근 동향과 남북경제 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본지는 47호부터 49호까지 3회에 걸쳐 국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박사가 지난 6월 8일 제16차 복음통일 포럼에서 행한 특강 전문을 게재합니다.

본 특강 내용은  ‘한국장로신문’ 제1608호(9월 1일자) 16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북한 정권이 이만큼 편집증적인 쇄국정책과 주민감시를 하는 것은, 그들이 단순히 미치광이나 편집증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 확실히 근거가 있다. 

북한 정권은 50년대부터 자신들이 ‘세상에 부러움없이 잘 사는 나라’라고 끊임없이 선전해 왔다. 

물론 엘리트 계층은 처음부터 이 주장에 대해 의심이 있었고, 지금 평민들까지 이 주장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외부세계가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잘 사는지 제대로 모른다. 평범한 북한 인민에게 잘 산다는 것은, 흰쌀밥을 배불리 먹고, 돼지고기를 배불리 먹는 것이다.

쇄국정치를 하는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너무 풍요롭고 너무 자유롭게 잘 사는 남조선’이 북한의 바로 밑에 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가 끝났을 때, 한반도 북부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발전된 산업기반이 있었다. 남부는 논밭뿐이었다. 70년이 지난 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남조선’은 공식적으로 같은 민족이 만든 나라이고, 통일을 해야 하는 나라이다. 남조선의 진실을 북한 백성들이 알게 되는 순간, 북한 정권의 미래는 없다. 

물론 지금도 북한 백성들은 남조선이 잘 산다는 것을 약간 알고 있는데, 그들에게 잘 산다는 것은 ‘흰쌀밥과 돼지고기를 배불리 먹는 것’정도이다. 그들이 남조선의 진실을 정확히 알게 되는 순간, 거의 확실히 남한과의 통일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바꾸려는 사람이나, 북한의 변화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북한 국내에서의 ‘해외에 대한 지식’, ‘현대세계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불러오려 노력해야 한다. ‘지식의 확산’의 목적은 혁명보다는 진화이다. 혁명은 흡수통일을 거의 확실히 불러올 것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뒤에서 상술(詳述)하겠지만, 흡수통일은 매우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혁명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단계적인 진화이다. 북한은 개혁을 하고,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식의 확산 전략은, 사실상 벌써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북한이 김정은의 집권 이후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시대 초기와 비슷한 농업개혁과 공업개혁을 하고, 시장을 단속하지 않는 등 나름의 개혁을 한 이유중에 한 가지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해외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정일이 했던 것처럼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옛날과 같은 방식을 끌어 앉고 있으면, 10~15년 후에 체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해외에 대한 지식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방법 - 교류와 심리전

해외에 대한 지식을 북한 내부로 확산시키는 방법은 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심리전이다. 삐라를 보내는 것은 매우 요란하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미미하다. 물론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크지 않다. 

얼마 전에 판문점 합의에 따라서 철거된 확성기도 비슷하다.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크지 않다. 보다 더 좋은 방법은 대북방송이다. 삐라나 확성기에 비해서, 라디오 방송에 대한 주목이 별로 없다. 그러나 라디오 방송은 다른 방법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 비용도 별로 많이 들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에 전파송신기를 얻는 비용은 저렴하다. 극동방송에서도 대북방송을 하고 있는데, 보다 더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심리전보다 효과가 더 있는 것은 교류이다. 교류라고 하면은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교류는 정말로 북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제한된 형태의 교류라고 해도 그렇다. 

소련의 경험을 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소련 사람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줬다. 필자는 레닌그라드에서 197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주말마다 핀란드 관광객들이 도시에 많이 왔다. 그들은 분명히 엘리트 계층 출신이거나 자본가 계층 출신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입은 옷, 라디오 수신기 등 그들이 휴대한 전자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생활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은 소련인민들이 큰 돈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을 쉽게 썼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기술교류를 통해서 쓸모있는 지식이 들어갈 수도 있다.

교류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은 매우 좋은 사례이다. 북한 본토에서 격리되어 있는 공단에서 남한 관리자와 북한 노동자는 만나는데, 공단에는 보위원도 감시도 많이 있다. 남한사람과 북한사람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 생활 얘기이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남한 관리자가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은 북한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피부가 번들거리는 남한 관리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잘 산다는 것을 안다.

특히, 개성공단은 북한 사람들에게 현대 시장경제의 원칙을 체험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기초적인 제조업 기술과 같은 쓸모 있는 현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북한 엔지니어들은 1950년대 소련에서 원조로 제공된 낡은 기계를 오늘도 거치고 있다. 이들에게 개성공단과 같은 시설은, 첨단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필자는 개성공단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수파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 정권은 연1억달러를 벌며, 이 돈은 북한 정권의 폭정을 위해 쓰이고, 특히 이 돈을 핵, 미사일 개발을 위해 사용했다고 말한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정권이 얻은 돈이 핵, 미사일 개발을 위해 쓰였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 돈이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해서 쓰는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개성공단이 있든지 없든지에 관계없이 북한은 핵, 미사일 개발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6년 초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당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라는 점을 감안해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사실상 잘못된 선택이었다. 개성공단의 유무에 관계없이 북한측은 계속 핵, 미사일 개발을 진행했고, 폐쇄조치는 사실상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개성공단과 같은 공단을 더 많이 설치하면 좋다고 본다. 더 많은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남조선’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 관광의 재개도 좋은 일이다. 물론 보수파는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 모두 북한정권에게 달러를 제공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사실이다. 금강산 관광은 김씨 정권의 달러박스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금강산은 북한 본토, 북한 일반 주민들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 사파리 관광과 비슷하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많은 보위원 뿐이다. 

그래도 교류이다. 필자가 만난 적이 있는 탈북자는, 금강산 근처인 강원도 통천 출신인데, 멀리 보이는 남한에서 온 건설기계들을 보면서 남한이 잘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사파리 관광이라고 해도, 작게나마라도 지식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수단의 성격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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