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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인 북한의 진화’와 평화공존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박사 제16차 복음통일 포럼 특강3 흡수통일은 정치·경제적 대규모 지진, 충분한 대비 필요 흡수 통일 대비 위해 탈북자 중‘대안 엘리트’육성해야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5 한반도통일 심포지엄’에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북한 경제의 최근 동향과 남북경제 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본지는 47호부터 49호까지 3회에 걸쳐 국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박사가 지난 6월 8일 제16차 복음통일 포럼에서 행한 특강 전문을 게재합니다.

본 특강 내용은  ‘한국장로신문’ 제1608호(9월 1일자) 16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금강산 관광은 김씨 정권의 달러박스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금강산은 북한 본토, 북한 일반 주민들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 사파리 관광과 비슷하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많은 보위원 뿐이다. 그래도 교류이다. 

필자가 만난 적이 있는 탈북자는, 금강산 근처인 강원도 통천 출신인데, 멀리 보이는 남한에서 온 건설기계들을 보면서 남한이 잘 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사파리 관광이라고 해도, 작게나마라도 지식을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수단의 성격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강산 관광보다 더 좋은 것은 개성관광이다. 개성관광은 시내 관광이므로, 북한 주민들과 짧은 시간이라도 실제로 접촉할 수 있다. 보위원들과 안내원들이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히 격리 시킬 수가 없다. 

개성 주민들은 매일매일 ‘남조선’에서 온 관광객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매일매일 ‘깨끗하고 좋은 버스’와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은 당연히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앞으로 평양 관광이 이뤄지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북한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교류를 반대할 필요가 없다. 북한으로 해외 정보를 들여보내고,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류이기 때문이다. 삐라와 확성기 뿐만이 아니라, 교류도 하면 좋다.

 

지식 확산의 결과, 흡수통일 또는 단계적인 진화

해외로부터의 지식이 북한 내부에 확산된 결과가 국내 혁명이 될지, 단계적인 진화가 될지 알 수 없다.

혁명의 경우에, 거의 확실히 흡수통일로 연결될 것이다. 공식적으로 ‘같은 민족이며 너무 자유롭게 너무 잘 사는 남조선’이 바로 북한 밑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 합친다면 단시간 내에 남한만큼 잘 살게 될 수 있을 줄 안다. 이것은 환상일 뿐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믿을 것 같다. 

문제는 2~3년 후에 북한 주민들은 흰 쌀밥과 돼지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겠지만 남한만큼 잘 살 수 없다. 그때 그들은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을 느낄 것이다. 

당연히 ‘통일한국’ 남부지역과 북부지역 사람들 간에 갈등과 대립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남부지역’ 사람들은 북부 주민들을 세금도둑, 게으름뱅이, 복지병 환자라고 비난하고, ‘북부지역’ 주민들은 남부 사람들을 돈밖에 모르는 놈들, 거만한 놈들, 사기꾼들이라고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20만 명에 달하는 북한 인민군을 잘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무기를 소지한 강도들로 변신하고 당연히 치안이 아주 많이 나빠질 것이다. 

지금 한국 사람들은 한국사회가 갈등과 대립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에 흡수통일이 된다면 그 때 사람들은 통일 이전에 갈등이 거의 없고 아름답고 살기 좋았던 한국을 그리워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엘리트 계층이 흡수통일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흡수통일의 상황이 온다면 총과 탱크를 들고 싸울 것 같다. 그들은 통일한국에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란군이 되고, 게릴라가 돼서라도 싸울 가능성이 높다. 흡수통일은 피가 많이 흐를 것이다. 

따라서 단계적인 진화가 바람직하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해외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박기 위해 개방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개혁을 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개발 독재의 초기 조짐이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다. 북한 통치 세력이 ‘북한판 개발독재’를 선택한다면 좋을 것이다.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중앙계획경제와 사회주의를 사실상 포기하고, 남한과 대만,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발 독재의 길에 접어드는 시나리오다. 물론 북한판 개발독재에서 심각한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북한판 개발독재’하에서 북한의 경제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따라서 만약에 북한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통일이 초래할 쇼크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탈북민-대안엘리트 육성의 필요성

필자는 ‘단계적인 북한의 진화’와 평화공존을 원하지만 그래도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흡수통일을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진보세력은 흡수통일 시나리오를 말하거나, 흡수통일 준비 필요를 말하는 것 자체가 흡수통일을 불러온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흡수통일은 정치, 경제적인 대규모 지진과 같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이나 도쿄 도청은 지진에 대비한 계획도, 비축해 둔 물자도 있다. 

도쿄 도지사가 ‘대지진 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지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행동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도쿄 주민들은 그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고 사직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흡수통일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흡수통일 대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대안 엘리트’ 육성이다. 즉 탈북자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약 3만 2000명 정도 있는데 이들은 남한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한국 사회의 차별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많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젊은 탈북자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 사람들이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의사나 변호사, 약사 등의 전문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만약에 북한이 무너질 경우 ‘통일한국 북부지역’에서의 신흥 엘리트 계층이 될 수 있다. 

‘북부지역 재건’을 한국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 ‘남한에서 육성된 대안 엘리트’들이 더 잘할 수 있다. 대안 엘리트들은 북한 출신이므로 북한 주민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도 낮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교육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도 많고 지원도 불충분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기관들이 탈북자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그들이 전문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것이다.

 

교회의 역할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상당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대북방송을 통해 해와 정보를 북한에 보내는 활동을 이미 하고 있으며, 탈북자들을 많이 도와주는 종교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네트워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탈북자들에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도 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젊은 탈북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대안세력이 될 수 있게 도와주기를 희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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