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망치 3.0%→ 2.7%로… IMF·OECD 이어 하향 대열
한은 “양적 지표 안정적, 반도체 위주 성장·고용 창출력 저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은행도 성장률 눈높이를 낮추며 올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시각이 한층 비관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한은은 18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7%로 0.2%포인트, 내년 성장률은 2.8%에서 2.7%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작년 말 2.9%로 전망했다가 올해 1월 3.0%로 높인 바 있다.
그러나 4월 전망 때 3.0%까지 유지한 후 7월에는 2.9%로 떨어뜨리더니 10월 들어 눈높이를 더 낮췄다.
한은만 성장률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다.
각각 올해 한국 경제가 3.0% 성장하리라고 점쳤던 OECD와 IMF도 최근 나란히 전망치를 2.7%, 2.8%로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2.7%로 낮췄다. 정부도 연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2.9%로 제시한 현재 성장률 전망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예상보다 심각한 투자 부진과 고용 쇼크가 얽힌 탓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을 기존 1.2%에서 -0.3%로 낮췄다. 설비투자가 오히려 감소하리라고 본 것이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도 -0.5%에서 -2.3%로 더 낮췄다.
그간 설비투자 증가세를 이끈 정보기술(IT) 제조업의 투자는 마무리되는 단계다. 지난해 많이 증가한 기저효과가 오히려 올해 지표에는 독이 되는 셈이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설비투자 증가세를 이끌 주자도 뚜렷하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탓에 자동차, 철강 등 비IT 업종의 업황이 밝지 않아 이들 업종에서 투자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화하며 신규 착공 부진, 수주 감소 등의 영향이 작용해 조정되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인 것 역시 건설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고용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월간 신규 취업자 수는 예년의 경우 20만명대 중후반∼30만명대 초반이지만 올해 7월엔 5000명, 8월엔 3000명에 그쳤다.
올해 연간으로는 9만명 증가에 그쳐 2009년(-8만7000명) 이후 최소로 전망된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일부 업종의 고용 창출 여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저임금이 내년까지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하면서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고용 부진은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내수 부진 때문에 도소매·숙박음식업 고용 부진도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용 부진은 가계 소득 부진→소비 감소→기업 이익 감소→투자·고용 감소→가계 소득 부진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제에 주는 타격이 크다. 고용 부진이 개선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이 반등할 기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외 변수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음 달 예정된 미국의 중간 선거는 미국 경제정책 경로를 바꾸면서 전 세계 경제를 불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 경제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중국 경제는 기업 부채 부담 등으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고 세계 경제 성장세도 호황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많다. IMF는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3.9%에서 3.7%로 낮췄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해 한국 경제는 6년 만에 최저 성장하게 된다. 지난해 3.1% 성장한 한국 경제는 2010∼2011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3%대 성장을 꿈꿨다가 2%대 후반 성장도 힘겨워졌다.
일각에서는 양적 측면보다 성장의 질 측면이 더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잘 나가는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1%에서 계속해서 상승, 지난달에는 24.6%까지 올랐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수출마저 고꾸라질 수 있다.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한 경제가 물가 상승률을 확대하지 않고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인 2.8∼2.9%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도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점 역시 2.7% 성장률 수치에 가려진 어두운 신호다.
한은도 성장의 속도보다 내용이 더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성장률이 급격히 하강한다거나 둔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반도체에 편중한 성장, 성장은 하는데 고용은 부진하는 등 내용 면에선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형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