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형종 박사 (본지 객원기자/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긴 직장생활이 순식간에 지난 것 같아요. 지금 남은 것은 명함과 몇 개의 상패밖에 없어요. 28년 동안 현장 관리직, 본사의 영업부, 총무부, 감사실에서 일했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군요.”
3개월 전에 퇴직한 정성현씨(55세)는 이렇게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 재취업에 대비하여 직무 이력서를 힘들게 쓰고 있다. 재직기간 중에 지난 직무경력을 살펴보고 이력서를 상세하게 써두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입사 후에 한 번이라도 당신의 커리어를 점검하거나 평가해보았는가 매우 드물 것이다. 불과 퇴직을 3개월 앞둔 사람조차도 과거의 커리어를 점검하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들은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다. 인력을 채용할 때 타인의 직무이력서를 검토했지만, 자신의 직무이력서를 써본 적이 없다. 아마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50대가 되면 현재의 직장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회사에서 맡은 역할과 일할 기간만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이제 이러한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커리어 점검에 시간을 투자하라
인생 100세 시대에 40대, 50대는 아직 여러 가지 일을 할 기회가 있다. 많은 중장년층은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30년 정도 재취업이나 창업, 사회활동 등 다양한 일에 도전할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결산이나 재고를 정리할 때 그 시점에 재고 중인 상품과 원재료의 종류, 수, 품질과 그 가격을 조사한다.
직장인들도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에서 습득한 기술, 지식, 경험, 자격, 노하우, 관리능력 등 보유한 자기 자산의 종류, 숫자, 수준을 확인해보고, 그 가격을 평가해 보는 것이다.
커리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으로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의 업무지식과 경험, 기술 등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갖고 있는 능력을 정량화해야 자신을 상품화할 수 있다. 커리어를 점검해야 전직활동의 기초가 되는 직무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러한 커리어 점검에 투자할 때 자신의 능력과 강점을 구체화하여, 장래 커리어 목표를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자신의 커리어를 점검해야 한다.
커리어와 관련 정보를 수집하라
그러나 과거의 직무경험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람은 지금까지 직장생활 동안 모아둔 자료를 정리하면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릴 수 있다.
자료수집은 커리어 점검의 절반 정도에 해당된다. 커리어 점검에 필요한 자료는 회사의 인사기록, 근무부서의 명함, 사령장, 표창장, 자격인증서 등이 있다. 이러한 정보는 전직할 때의 직무 이력서와 개인 프로필의 기초자료가 된다.
회사의 인사기록은 입사시점부터 현재까지 인사이동 사항을 담고 있다. 직원들이 신청하면 발급해주는 회사가 많다.
명함을 통해 회사 부서의 정식명칭을 알 수 있다. 근무시점의 자격과 직책도 기록되어 있으므로 근무할 때의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사령장은 회사에서 받은 인사명령서이다. 이동연월, 소속 부서명, 직책명, 승진일자를 등을 알 수 있다. 30년간 근무하면서 적어도 한 두 번은 회사에서 표창을 받은 경험이 있다.
회사의 각종 활동이나 업적달성을 통해 받은 수상내역은 강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격인증서는 당신의 전문성과 지식을 증명하는 귀중한 자료이다. 보유한 자격 전부를 기록한다.
국가자격이 아니거나 누구나 딸 수 있는 자격이라고 취사 선택할 필요가 없다. 모든 자격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직무능력을 발견하라
커리어 정보를 수집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경력을 정리하면서 객관적인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른바 자기분석이다.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기술, 지식을 찾아 장래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직장생활 25~30년이 지나면 과거에 했던 직무를 이해하고 있지만, 기억은 희미해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조용한 장소에서 작성해보자. 과거의 직무경험은 당신의 자산이다.
앞으로 살려나갈 직무능력의 원천이다. 과거를 회고하면 그 동안 잊고 있던 강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과거 직무경험에서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새로운 일자리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자신이 경험한 과거 업무를 회상하고 정리해보자. 앞서 수집한 직무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본다. 연표형식의 양식에 직접 기록하는 게 좋다. 입사 때부터 근무회사, 부서, 직위와 담당직무를 가능한 상세하게 작성한다.
직무내용 외에서 인상적인 사건도 전부 기록한다. 가능한 현재와 가까운 과거 직무를 살펴보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오랜 과거를 회상하고 세세하게 생각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끈기 있게 생각하고 적고 다시 수정할 수밖에 없다. 직무 외에도 학생시절의 관심과 흥미, 취미, 사회활동, 마음속에 바라는 것, 자신의 꿈을 기록해도 좋다.
과거의 성공체험과 실패체험도 기록한다. 성공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영업부서에 근무할 때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성공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본다. 그리고 그 성공체험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기록한다.
직장생활에서 대체로 성공보다 실패경험이 많을 것이다. 실패한 사업경험을 감추는 경향이 있지만, 실패도 자산이다. 과거의 실패경험도 자신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무기가 된다.
실패를 체험한 사람은 장래에 동일한 상황에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실패에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갖춘 사람으로 기억된다. 실패한 이유,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았을지,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분석하고 정리해본다.
마지막으로 과거직무를 점검하고 업무내용을 작성했다면, 직무능력을 찾아낸다. 과거의 직무뿐만 아니라 그 업무를 통해 익힌 직무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장의 영업경험이 있다면 고객대응력과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들 수 있다. 영업력을 갖춘 사람은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다. 과거에 판매해본 물건만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경험한 업계와 직종에서만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와 직종을 바꾸어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 할 수 있는 진정한 직무능력이다. 과거의 직무경험에서 앞으로 활용할 능력, 경험, 기술, 지식을 최대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