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 씨가 억류 당시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것은 자신을 억류한 무장단체의 규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스다 씨는 귀국길 비행기에서 NHK에 “감금 장소가 알려지지 않도록 실명을 말하거나 국적을 말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며 “다른 억류자가 이름이나 국적을 듣고 석방되면 일본 등에 통보해 감금 장소가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스다 씨는 지난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이슬람권에서 흔한 이름인 ‘우마르’라고 소개했던 것에 대해서는 “억류 중 사정이 있어서 이슬람교로 개종했어야 했는데, 개종할 때 이름을 우마르로 정했다”며 “그들(무장조직)이 정한 규칙에 따라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야스다 씨는 억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옥이었다”며 체념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석방 후 터키에 머물렀던 그는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저녁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야스다 씨의 억류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비판적인 여론이 인 적도 있지만, 일본 정부는 그가 석방된 뒤 그동안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총리) 관저를 사령탑으로 하는 ‘국제 테러 정보수집 유닛’(CTUJ)을 중심으로 카타르와 터키를 움직이게 한 결과”라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CTUJ는 일본인 10명이 사망한 아르헨티나 인질 사건과 이슬람국가(IS)에 의한 일본인 살해 사건 후인 2015년 12월, 일본 정부가 경찰청과 외무성, 방위성 등 관계 부처 인력 90명을 모아 창설했다. 이 조직은 야스다 씨가 석방되기 1주일 전 그가 석방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지금도 중동의 어떤 대사관에 CTUJ의 일원이 있다. (야스다 씨의 석방은) 그 성과다”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와 관련해 “각국의 상층부와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전했다.
구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