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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부진에 수출로 버틴 성장… 체감 경기는 ‘최악’

내수의 성장기여도 7년 만에 최저… ‘더 악화한다’ 위기론 고개
한국 경제가 0%대 중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체감 경기는 훨씬 더 싸늘해 보인다.
3분기 건설·설비 투자가 동반 감소하며 내수는 나아지지 않고 수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전기 대비 0.6%였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전 분기와 비슷하지만 문제는 성장의 내용이다.

성장기여도를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로 나눠보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 기여도는 -1.1%포인트로 성장률을 깎아 먹었다.
내수 기여도는 올해 1분기 1.2%포인트 이후 2분기 -0.7%포인트 이어 하락 폭을 키우며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내수 기여도가 이렇게 낮은 적은 2011년 3분기(-2.7%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반도체의 힘으로 수출이 1.7%포인트 끌어올리며 성장률이 0.6%로 나왔다. 수출은 지난해 크게 늘었는데도 작년 동기 대비로도 3% 이상 증가했다. 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포인트였다. 

내수 기여도 하락에는 건설투자·설비투자 부진 요인이 컸다.
내수는 크게 소비(최종소비지출)와 투자(총고정자본형성)로 나뉘는데, 소비가 0.5%포인트 밀어 올린 성장률을 투자가 1.4%포인트 끌어내렸다.

3분기 건설투자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6.4%였다. 전 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일뿐 아니라 외환위기이던 1998년 2분기(-6.5%) 이후 최저다.

 2015∼2017년 건설투자가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설비투자는 -4.7%로 역시 전 분기에 이어 역성장했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음 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출이 이끈 성장의 온기가 내수에 미치지 않는 모양새다.

수출은 주로 일부 대기업,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체감 경기와 동떨어져 있다. 
체감 경기가 좋아지려면 고용, 소득, 서비스업 등이 나아져야 하는데, 투자 부진이 기업의 고용 증가를 제한하고 이에 따라 가계 소득 증가세가 부진해 서비스업 경기도 개선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비스업 성장률은 전 분기와 같은 0.5%에 그쳤다. 서비스업 중 사업서비스업 성장률은 -0.8%로 2009년 1분기(-0.9%) 이후 가장 부진했다. 사업서비스업에는 정비, 수리, 청소 등 인력 파견 사업 등이 해당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 서비스업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도 폭염 때문에 골프장 등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는 7∼8월 1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9월 4만5천명으로 확대하는 데 그쳤고 가계 소득도 하위층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망이다.
투자 부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수출을 이끈 반도체 경기도 점차 하강 조짐을 보인다. 성장률이 둔화하면 경제 심리가 더 움츠러들어 가뜩이나 부진한 체감 경기가 더욱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1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건설·설비 투자 모두 올해 역성장하고 내년에도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 설비투자는 낮은 증가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잘 나가던 수출에도 점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맨 앞에서 이끈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7년 21.6%로 큰 폭 증가했으나 올해는 15.7%, 내년에는 5.2%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체 수출액 대비 반도체 비중이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둔화 리스크를 한국 경제가 완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순환상 투자는 조정될 수밖에 없지만 소비가 나름대로 버티고 있다”며 “수출이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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