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재채기, 가난, 세 가지는 자루 속 송곳처럼 절대 감출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외모나 언행 복장 습관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직업을 짐작해 낼 수도 있다.
얼마전 캐디가 나보고 티업하기도 전에 “싱글 치시죠?”라며 대뜸 물어와서 내 속을 훤히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골프백만 봐도 핸디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15년 된 내 센드웻지(S)는 헤드밑 음각 브렌드가 다 마모되어서 안 보일 정도다. 또 몇 개 홀만 지나면 손님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비거리까지도 거의 알아내고 콜(요청)하기도 전에 맞는 채를 빼내 오기도 한다.
골프는 개인별 핸디가 있어서 상수와 하수가 함께 시합을 할 수 있는 스포츠다.그러나 상대방과 골프를 쳐 본 경험이 없으면 서로 핸디문제로 신경전부터 벌인다. 그런데 골퍼의 핸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객관적 방법이 있다.
1. 장비와 패션
싱글 핸디캡퍼는 채가 닳고 닳아서 특히 어프로치 웻지(S.A.P)를 보면 심하게 마모되어 있다. 싱글 골퍼들의 골프백은 밑바닥 부분이 마모되어 세워 놓을 수가 없고 지퍼가 고장나 있거나 아이언 커버가 제 것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고수들은 ‘조강지채’를 고집하고 하수들은 채 탓을 많이 하여 신상품에 귀가 얇다.
상수들은 채 탓이나 패션에 무관심하고 오직 플레이 그 자체에서 자기만족과 즐거움을 찾는다. 백순이들은 비싼 채와 고급 패션에 투자하고 과시하므로 만족을 느끼지만 캐디로부터 꼴불견 취급 받기도 한다.
2. 골프장 갈 때
고수는 최소 한 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 반드시 연습그린에서 그린 테스트와 몸풀기를 한다.
하수는 티업시간 임박하여 도착해서 식사 후 곧장 팅그라운드로 달려 간다. 반드시 커피부터 마시려고 한다.
3. 플레이 중에
하수 일수록 미스샷에 대한 변명이 많고 자기실수를 남탓 캐디 탓으로 돌리며 목청 높여 꾸짖기도 한다. 고수는 말이 없다. 손수 거리를 측정하고 채를 선택, 공을 놓고 라이도 직접 살핀다.
비기너는 샷 할 때마다 매번 거리를 물어 본다. 백순이들은 거리를 불러 주면 어떤 채를 칠까도 묻기 일수다. 이들은 대개 각 아이언의 비거리 차이가 별로 없다.
백돌이는 치고 나서 생각하고 칠돌이는 치기 전에 고민하고 후에는 금방 잊어버린다. 초보에겐 잘 맞는 클럽을 주로 빼주면 되고 싱글은 모든 채를 고루고루 사용한다.
고수에겐 정확한 거리와 방향을 알려 줘야 되고 초짜에겐 반 클럽 정도 길게 거리를 불러 준다.
초보 손님들의 샷거리를 좀 오버 되게해서 비거리에 대한 자기만족을 느끼게 한다. 거리가 짧으면 실망하지만 그린 오버되는 샷은 은근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비기너는 힘으로 샷을 하고 고수는 머리로 친다. 하수는 캐디에 관심이 많고 상수는 공에만 관심있다.
4. 멘탈
백돌이는 체력싸움이라 하고 칠돌이는 멘탈게임이라 한다. 초짜는 라운드 중 한 잔하면 더 잘 맞는다 착각하고 고수는 라운드 중 절대 금주다. 백돌이는 지난 홀의 롱펏 성공이나 숏펏 실수를 라운드 끝날 때까지 생각한다. 칠돌이는 지난 홀의 버디도 금방 잊고 현재 홀에 정신일도 한다.
초보는 버디를 하면 기고만장 하여 눈에 뵈는게 없어지고 다음 홀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버디값’을 하게 된다.
싱글에게 버디 정도는 아무런 감정이 없고 무표정하다. 초보는 보기했다하고 싱글은 보기 범했다 한다.
백돌이는 항상 뭔가 보여주고 싶어 하고 고수는 획일적이고 평범한 샷을 한다.
5. 연습장에서
90대는 아무에게나 훈수하려 끼어들고, 80대는 원하는 사람에게, 70대는 웬만해서 훈수를 안하며 하더라도 공짜는 안 된다.
초짜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연습에 목숨 걸고 고수는 드라이버 아이언은 가볍게 하고 주로 숏게임과 퍼팅연습에 매달린다.
칠순이들은 주로 혼자서 연습에만 매진하고 백순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떤다. 골프백은 타석에서 외로이 주인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골프는 열매로 말한다고 한다. 무성한 잎 화려한 꽃을 피운들 그 열매가 실하지 않으면 쓸모 없는 나무다.
오래된 고물채에 평범하고 저렴한 패션이라도 골프를 잘 치고 매너가 좋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인정받는 골퍼, 진정한 신사 숙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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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10-26 14: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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