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신사 숙녀들의 예절의 스포츠 매너의 운동이다. 이런 기본적인 道가 갖춰져있지 않으면 필드에 나설 자격이 없다. 신사도나 혼이 없는 얼치기 골퍼다.
필자는 골프 ‘삼강오론’에서 삼강(三綱) 중 제1강(綱)은 유친동락(有親同樂)숭례존률(崇禮尊律)이라고 했다. 서로 친하고 즐겁게 예의와 룰을 지키며 치라는 뜻이다.
그러나 라운드 중 특히 내기골프 중 눈살 찌푸리는 언행이나 추태를 가끔 본다.
내기에 지고 분을 못 참아 표정관리를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하찮은 일 사소한 룰이나 에티켓을 트집잡아 걸고 넘어진다.
패배를 승복 않는 비굴하고 덜익은 골퍼다.
반대로, 잘 친다고 거드름 피우거나 장타라고 내지르다가 맘에 안들거나 OB가 나면 ‘어제는 잘 맞았는데 오늘은 내가 왜 이래~’ 라며 궁색한 변명을 한다. 이런 과거지향형,과시형 골퍼를 누가上手로 또는 내기 파트너로 받들겠는가.
골프는 잘 치든 못 치든 겸손과 양보 그 자체가 핵심정신이다. 라운드 중 골프의 본질과 내기의 묘미를 흐트려서 동반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매너도 최악의 골퍼라고 할 수 있다.
내기를 할 때는 더더욱 룰과 도를 지키면서 승부 이외 내기과정상의 스릴도 만끽하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습관화된 터치플레이, 공을 수십 m 들고 나와서 드럽 후 치는 행위, 잘 맞을 때까지 셀프멀리간 소위 ‘빌리건’을 하면서 필드를 연습장으로 착각하는 골퍼도 있다.
동반자들이 눈감아 주는 것 같지만 마음속 으로는 이미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쌓기 시작하며 ‘김빠진다’ ‘양심불량’이라며 속을 끓이고 있을 뿐이다.
또 내기답게 그린에서 팽팽히 긴장하며 제대로 쳐 보려고 하는데 1~ 2미터 퍼팅거리 OK를 남발하여 김을 빼는 행위다. 눈치도 없이 커플로 나와서 18홀 내내 여성파트너에게 훈수로 딴전을 피우는 실습생 골퍼는 더욱 목불인견이다.
특히 우리나라 골퍼들이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현지 골프장을 당황하게 만드는 몇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처럼 내기를 하든 안 하든 벙커정리는 절대 안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 어느 골프장에 가봐도 벙커정리는 골퍼몫이 아니라 골프장 코스관리부의 몫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PGA 챔피언십 토너먼트에서도 선수나 캐디가 직접 차분히 정리하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남자들은 시니어 중에서도 슈퍼 시니어급 나이인데도 화이트 티, 레귤러 티만 고집한다. 물론 규정위반이다. 내기까지 하며 진행을 지연시켜서 골프장측에 영업적 손해를 끼친다. 골프장 마샬이 나와서 정중히 시니어티로 갈 것을 간청하나, 되레 화를 내며 ‘나를 뭘로 보냐’는 식으로 큰 소리로 꾸짖는 오만한 행위도 있다.
도박수준의 내기골프로 살벌한 라운드를 하다가 시비가 발생, 보따리를 싸 갖고 가버리는 추태로 국제망신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런 오만함은 한국에서 하던 버릇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이런 것이다.
내기의 매너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쉽게 구분해 낼 수 있다.
내기인만큼 룰을 서로 감시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위반과 속임수는 비일비재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료 후의 태도다. 골프에서는 ‘내기로 딴 돈은 다 돌려 줘라’가 내기골프 성경의 첫 줄 말씀이다. 집에 반찬값이라도 내놔야 한다거나,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달아난다면 그 사람은 골퍼이기 전에 도박꾼에 가깝다. 필드에서 추방되고 친구명단에서도 삭제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골프내기에서는 이겼겠지만 인생에서는 절대 패배자다.
시합에서 져 줄 필요는 없다. 이기더라도 패자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승자 다운 아량을 베풀어라. 졌지만, ‘즐거웠다 많이 배웠다’고 진심으로 승자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내는 사람, 졌다고 복수해야 할 원수나 적으로 보지 않는 통큰 패배자는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골프장에서는 잘 치는 골퍼보다 예와 덕이있는 골퍼가 주인공이요 상수(上手)다.
‘내기에는 졌지만 승자 위에 있는 패자’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