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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즐겨야지 누굴 돕는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해요”

인터뷰 - 이희원 회장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수동면분회 매년 남양주시 시각장애인협회에 직접 담근 김장김치 전달 반딧불이 축제, 농촌 체험, ‘논술아 놀자’공부방 등 ‘인기’ 물골안회관 중심축으로 마을 사랑, 1, 3세대 통합에 ‘앞장’
이희원 회장을 비롯한 노인회원, 한국인력개발원 유재섭 실장과 직원들, 이철우시의원 등 내빈들이 정성스레 속을 채운 김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 수동면분회는 지난 10일 물골안 회관에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최성재) 직원들과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에는 수동면 분회 이희원 회장을 비롯한 노인회원들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직원 26명, 문경희 도의원, 남양주시의회 이철우·신민철·양석은 의원, 유재섭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기획조정실장, 최재웅 남양주시 노인장애인과장, 최대집 수동면장 등이 참여해 노인회에서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만든 김장김치 500포기를 남양주시각장애인협회에 전달했다.

이 행사는 올해로 4년째다. 직접 김장을 담글 수 없는 남양주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겨우살이를 돕는 김장김치를 4년째 보내주는 수동면노인회가 이처럼 고마울 데가 없다. 

사실 수동면분회는 전국의 2000개가 넘는 대한노인회 읍면동 분회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경기도 의왕시지회 전 경로당 회장들이 선진지 견학을 올 정도다. 수동면은 9500명의 인구 중 25%인 2300명이 노인으로 이미 초고령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4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 1명은 노인이라는 것이다.

수동면분회는 ‘1, 2, 3세대가 함께하는 반딧불이 보전활동은 물론 농촌체험을 8년간 이어 오는 등 지역사회통합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감음악회 개최, 불우이웃돕기 행사, 노인자원봉사클럽 운영 등 인터넷에서 기사 검색을 하면 웬만한 시군구 지회보다 훨씬 많이 노출돼 있다.

노인복지관 한 쪽 귀퉁이에 있는 사무실에서 옹색하게 업무를 보는 시군구 지회도 적지 않은 데 지회의 하급회인 수동면 분회는 대지 700평에 건평 200평 규모의 물골안회관 시설을 갖추고 유급 직원만 5명이 근무하고 있어 웬만한 시군구지회보다 그 규모가 크다. 
대한노인회 전체 자원봉사클럽 3000여 개 가운데 14개 클럽이 수동면분회에 있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동면분회 노인들이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길거리 담배꽁초 줍기 봉사였는데, 지금은 반딧불이, 도시락, 그라운드, 카네이션, 수동사랑 등 14개 봉사클럽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희원 회장(왼쪽)과 최재웅 남양주시 노인장애인 과장이 활짝 웃고 있다.
남양주시지회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는 수동면분회 이희원 회장은 “봉사는 내가 즐겨야지 누굴 돕는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한다. 한 마디로 신명이 나고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희원 회장의 마을 사랑은 정말 남다르다. 수동면분회는 반딧불이를 키워 알을 받아내고, 성충으로까지 키워 방사하는 반딧불이 보전활동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한 반딧불이 생태학습관에서 반딧불이를 어떤 과정으로 키우고 있는지 살펴본 뒤 내방리로 이동해 반딧불이 서식지에서 애반디와 늦반디가 서식하는 모습을 체험한다.

서식지에선 숲속 길을 따라 시원한 늦여름 바람을 맞으며 빛을 뿜어내는 화려한 반디 물결을 볼 수 있는 ‘늦반딧불이 탐사 축제’를 남양주 반딧불이 보존회(회장 이희원)와 남양주 YMCA가 공동으로 매년 개최한다. 

특히 올해 초등학생을 위해 처음 시작한 ‘영어는 내 친구, 논술아 놀자!’ 공부방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4일 오전 10시부터 물골안회관 강의실에서 관내 초등학생 21명을 대상으로 공부방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이 공부방은 모든 강사가 재능기부로 참여해 강사료 부담을 덜고, 지속적이고 안정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방 논술수업 담당하고 있는 김학열 선생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 후 최고의 보람된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며 “노인회에서 이런 좋은 일에 앞장서는 것은 보기 드문 일” 이라고 말했다.

이희원 회장은 “내 친 손자 가르치듯 열정을 쏟는 노인 강사들을 보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며 “무엇보다 우리 3세들 교육에 노인들이 정성을 쏟는다면 ‘세대 간 통합’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이 회장은 “종자돈이 있어야 돈이 모이듯 노인회가 봉사를 열심히 하다 보니 봉사할 일이 점점 불어난다”고 귀띔한다. 지역 주민들이 이희원 회장을 찾아와 졸라서 마지못해 시작한 것이 바로 ‘물골안 공동체’란다. 
2년째 접어들은 이 자발적인 모임은 회원 80여 명 중 뜻있는 회원들이 월 3만원씩 장학금을 모아 10년 후 장학금 수혜대상자인 30명의 어린이를 선발, 대학에 입학할 때는 입학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단다. 지역 사랑, 후손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또 수동면분회는 10년째 8순노인 경로잔치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철우 시의원은 “여태까지는 이 행사를 노인회가 나서서 해 왔지만 이제부터라도 이 행사만큼은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맡아서 해야 한다”며 팔을 걷어 부칠 기세다. 

이밖에도 온 마을 주민들이 세대를 불문하고 함께하는 공감음악회, 독거노인들을 위한 한가위 추석선물 나눔 행사, 서도소리 ‘배뱅이굿’ 공연,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하는 ‘월동용 연탄 나눔’ 행사 등 수동면분회의 봉사활동은 일 년 내 꼬리를 물고 있다. 
“봉사는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이희원 분회장의 혼잣말에 수동면 노인들 모두가 무언의 동의를 하고, 굳게 단합해 마을 사랑, 1, 3세대 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김용환 기자 oldagenews@hanmail.net

  • 글쓴날 : [2017-11-16 10:4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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