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한 혐의 등 상당 부분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3일 이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회장의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만큼 항소심에서의 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신병을 구속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매제인 이남형 전 부영그룹 사장이 내야 할 형사 사건 벌금 100억원과 종합소득세 등 19억7천만원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것은 횡령으로 인정했다. 또 이 회장이 개인 서적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 246억 8천만원을 임의 인출해 횡령한 혐의도 인정했다.
아울러 이미 퇴직한 이남형 전 사장에게 계열사가 61억원 9천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하게 하고, 부실 계열사인 부영 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에 우량 계열사가 참여하게 해 45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도 유죄로 봤다.
2004년 계열사 돈으로 차명주식 240만주를 취득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던 중 회사에 피해를 변제했다고 말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해당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 이 중 일부를 증여세 납부에 써 계열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인정했다.
이밖에 상호 출자 제한기업 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횡령액으로는 366억5천만원, 배임액으로는 156억9천만원가량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다만 부영 계열사들이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임대아파트를 분양하고 막대한 부당수익을 챙겼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건축비를 산정할 근거자료가 명확하지 않아 죄가 되는지 따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계열사들이 부영 컨트리클럽에 1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담보 없이 제공해 손해를 끼쳤다는 점, 해외 투자를 가장해 부영주택 자금 42억원 상당을 자녀들 거주 목적의 해외 부동산 구입에 썼다는 점 등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유무죄를 따진 뒤 “피고인은 계열사들을 자신의 절대적 통제 아래 있는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며 장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계열사 자금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범행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해치고, 회사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위험을 초래했으며, 임대주택 거주자나 지역 주민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 고 질타했다.
특히 과거 형사 사건에서 피해 변제를 약속하고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뒤 주식을 다시 개인 목적으로 쓴 부분에 대해선 “국가에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 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회사들이 사실상 피고인의 1인 회사이거나 가족 회사라서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났다고 볼 사정은 없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1985년부터 임대주택을 건설한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감안했다” 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임직원 4명과 부영주택, 동광주택 법인에는 각 무죄를, 이 회장의 3남인 이성한 부영주택 외주부 본부장 등 나머지 임직원에겐 각각 실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서민에게 큰 피해를 준 중대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책임에 맞지 않는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나아가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구속수감하지 않았다” 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