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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北삭간몰 기지… 비밀 미사일 시설 맞나?

전문가 “우리 당국 파악한 지 오래… 북한 신고 의무 없어”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삭간몰 미사일 기지 보고서 논란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발간한 ‘신고되지 않은 북한: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가운데 13곳을 확인했다”면서 이 중 한 곳인 황해도 삭간몰 기지를 상세히 소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보고서 내용을 다루면서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내 안보전문가들은 한·미 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북한의 비밀 기지가 새로 발견된 것이 아니며, 북한이 군사 기지를 신고할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합동참모본부 출신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은 “군 당국은 삭간몰 기지가 만들어진 초창기부터 파악했다”면서 “북한 미사일 벨트는 서쪽, 중앙, 동쪽으로 나뉘어있는데, 삭간몰은 가장 서쪽에 자리한 기지”라고 설명했다.

역시 군 출신인 김동엽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도 “내가 군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던 북한의 대표적인 스커드 기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2016년 10월 북한이 삭간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사실을 포착한 바 있다. 당시 스커드-C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은 북 내륙을 가로질러 약 5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했다.

특히,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민간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기지를 분석했는데, 군사 위성의 해상도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한·미 당국이 보고서에 기술된 것보다 훨씬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김 교수는 “상업 위성도 많이 발달했지만 군 위성을 따라갈 정도가 아니”라면서 “우리 군 당국은 이미 북한 내 상당수 기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신고(undeclared)’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어느 누가 군사 기지를 보고하느냐”면서 “남북이나 북미 간에 기지를 신고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폐쇄하면 좋겠지만 이는 남북 간 긴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군축 논의와 같은 단계로 접어들어야 가능하지, 무작정 무장 해제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신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이제 비핵화를 시작, 단계적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시점에서 제재 해제 등 상응하는 조치 없이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기지 폐쇄하라’는 식의 도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신 분석관도 “삭간몰 기지는 북미 간 신고 의무의 대상이 아니며, 아직 양측이 (신고 의무를 부과할 만큼) 서로 주고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탄도미사일 기지도 핵을 운용할 수 있으므로 신고 대상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스커드-B의 경우 사거리가 300㎞밖에 안 되지만, 탄도 중량이 1t으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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