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작년 동기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4분기 이후 전망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3분기는 ‘대장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버텼지만 반도체 경기도 4분기부터 하강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403억원, 영업이익은 130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5.47%, 7.88%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0.10% 감소했다. 반도체의 힘으로 3분기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실제로는 부진했다는 의미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반도체 특수를 제외하면 수출이든 내수든 수요 자체가 더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화학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재료비가 오르면서, 증권과 내수소비재는 각각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더딘 내수 회복으로 부진했다”며 “작년과 비교해 올해 3분기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종별로 3분기 개별기준 누적 순이익을 살펴보면 기계와 운수·창고, 화학 등 9개 업종에서 감익세가 두드러졌다. 전기·가스의 경우 작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기업 설비와 투자, 소비 지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3분기 실적(연결기준)을 발표한 국내 증시 상장사 114곳 중 과반수인 66곳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영업이익이 예상치에 10% 이상 미달한 ‘어닝 쇼크’(실적 충격) 기업만도 37곳에 달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2분기부터 고용과 소비 등의 하락 폭이 가팔랐다”며 “3분기 어닝 쇼크 기업이 많았던 것이 실물경제 추락이 기업 실적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4분기 이후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점차 하향 조정되는 데다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마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 내년은 2.8%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실적은 불확실성 그 자체”라며 “낙관적으로 해석해도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이전보다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는 둔화하는 상황이 겹치며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의 30∼40%를 차지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올해 대비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준호 센터장도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요인이 많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유일하게 버텼던 부문이 수출과 재정이었으나 수출마저 내년에는 보장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