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13명이 술때문에 숨지는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달 ‘음주 폐해예방의 달’을 맞아 13일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아동·청소년 시설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강력한 ‘음주 폐해예방 실행계획’을 내놓으며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 방지에 팔을 걷고 나선 까닭이다.
폐해 심각… 매일 13명 음주로 사망
알코올은 담배 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이 1군 발암물질이자 중독물질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총 4809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숨진 셈이다.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주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2.7명)부터 급증해 50대(22.8명)에 가장 많았다.
2017년 성인의 고위험 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7잔(여자는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분율)은 1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하는 등 성인의 문제 음주행태는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청소년 음주도 증가세다.
20대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이 고위험 음주자였다. 대학생 고위험 음주율은 20.2%로 성인보다 높고,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인 경우도 38.4%로 성인(15.0%)의 2.5배나 됐다.
특히 질병관리본부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결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청소년의 처음 음주연령은 평균 13.3세, 현재 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는 16.9%나 됐다. 이들의 2명 중 1명(52.5%)은 위험음주자(최근 30일 동안 1회 음주량이 소주 5잔 이상)였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15년) 조사결과,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조4524억원으로 흡연(7조1258억원), 비만(6조7695억원)보다 많으며,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2018년)에 따르면 휴가 나왔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처럼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음주 운전으로 인한 경우는 9.0%(1만9517건), 사상자 중에서 10.3%(3만3803명)에 이른다.
대검찰청 통계(2017년)를 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흉악범죄의 30% 이상(1만121명)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성범죄를 제외하고 주취 상태는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등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소방청(2017년)에 따르면 구급대원 폭행자의 92%가 주취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주취 폭력으로 경찰관, 구급대원, 택시기사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응급실 손상 환자 심층 조사결과(2016년)를 보면, 자살·자해 손상 환자의 42.0%는 음주와 관련이 있었다.
음주에 관대한 문화·인식 팽배…일상화된 공공장소 음주
이처럼 음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데는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인식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교류나 친목 도모 수준을 벗어나는 과도한 음주 관행이 여전하다.
올해 나온 ‘음주문화 특성 분석 및 주류접근성 개선 연구보고서’(손애리 등)와 작년 ‘우리나라 국민의 음주행태 심층 조사 보고서’(김광기 등)를 보면, 국민 61.5%는 술을 파는 장소가 많아서 음주하게 되고, 음주를 통해 친목 도모(52.8%)와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45.1%)하는데, 정작 이 과정에서 고위험 음주가 자주 발생한다.
여기에다 남에게 술을 권하고, 개인이 음주량을 조절하기 어렵게 술잔을 돌리며, 1차에서 2, 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면서 연거푸 마시는 집단적 음주문화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혼술’ 현상마저 나타나 고위험 음주를 부추기고 자주 마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과도한 음주에 관용적인 음주문화와 인식도 만연해 있다.
‘술 마시면 기분이 좋다거나 친목 도모와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비율이 국민의 70%를 넘길 정도로 많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연령제한 이외에는 금주정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주류구매가 가능해 편의점 파라솔, 해수욕장, 시민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게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이런 공공장소 음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국민의 66.7%는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해 기물을 파괴하고 난동을 피우는 등 타인의 음주로 인한 폭력행사로 두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주류업계는 주류광고 비용으로 2017년 2854억원을 쏟아붓는 등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으로 술 마시는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ℓ에 달했다. 이는 소주로 115병(360㎖, 21도 기준), 맥주로는 348캔(500㎖, 5도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다.
성인 10명 중 1명 이상 알코올 중독자…치료·재활 인프라 미흡
2016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평생 알코올로 인한 의존과 남용 증상이 있는 알코올 사용장애 추정환자 수는 139만명(평생 유병률 12.2%)에 달했다.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중독자인 셈이다.
기분장애, 불안장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보다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이 높지만, 지역사회의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치료·재활 인프라 부족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비율은 12.1%에 그칠 정도로 낮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전국 50곳(약 9천명 이용)에 불과해 전체 알코올 중독자 약 139만명의 0.7% 미만만 상담·재활서비스를 받는 수준이다.
박연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