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날, 이제부터 인생 2막은 내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해야 할 일을 하는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기로 했다. 값어치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을 하기로 했다.
- 강정석 著 ‘한 우물 45년 조선정도(造船精度)맨 할리와 2막을 열다’ 머리말 中 -
공군을 제대한 24살 청년은 아버지가 가져다준 신문 광고를 보고 ‘현대조선소 훈련 1기생’에 지원해 합격한다.
강정석 화백(69. 수필가)의 45년 조선정도(造船精度)의 첫 시작이었다.
그는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서 39년,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있는 조선소에서 2년, 중국 따리엔과 칭타오에 있는 조선소에서 4년간 일했다.
특히 마지막 2년은 현대에 다시 스카웃되어 일했기 때문에 그의 처음과 마지막은 현대조선이었다.
강정석 화백은 정도관리의 명장(名匠)이었다.
수천 수만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대형선박도 길이×너비×높이, 수평도, 평면도, 직선도, 수직도, 직각도, 곡면도 등 모든 것이 정밀도 상태이며 이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계측하고 분석해 맞추고 보증하는 시스템 모두가 정도관리다. 조선소 기술능력을 재는 척도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그가 벼랑끝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하는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 임금이 경쟁국보다 높아졌지만 노동유연성은 경쟁국들보다 한참 아래입니다. 당연히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수주도 못하고, 수주한 프로젝트 마저 대단위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노와 사가 조선 산업 경쟁력 회복에 함께 협력하며 죽기 살기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가격경쟁력, 건조능력(시설규모), 설계능력, 품질, 납기 등 모든 것에서 오랜 기간 월등한 세계1위였습니다. 지금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것은 맞지만 조선인들이 마음과 힘을 모은다면 세계1위 조선해양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속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강 화백은 은퇴하자마자 청년 시절의 꿈이었던 할리데이비슨 모터바이크를스스로에게 선물했다. 애칭은 ‘흑마’다. 강정석 화백은 흑마가 바람을 몰고 오듯, 좋은 인연을 가져다 주었고 새로운 세상과 교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는 연이어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액티브시니어전문과정 수료 후 글쓰기에 도전해 책을 출간하고 본지에 ‘Mr. 노년’이라는 제목의 4컷 만화도 연재하고 있다.
버킷 리스트도 하나하나 실천하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 저서 출판, 패러글라이딩이 그렇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목표는 스카이 다이빙과 애마 ‘흑마’와 함께 전국일주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도전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