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형종 박사 (본지 객원기자/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나는 젊은 시절에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일본어를 혼자서 공부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몰라 일본어 동호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나보다 일본어를 잘 하는 외부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자신의 능력수준을 점검해보고, 회화능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당시 동호회 50대와 60대 회원 중에는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회원들과 활동하면서 일본어 능력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능력기반으로 새로운 커리어가 만들어진다
한 회사나 한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회사의 프로젝트나 과제 해결을 통해 풍부한 업무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어도 자신의 능력수준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같은 업계의 경쟁회사나 다른 업계의 동일한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높은지 낮은지 파악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같은 회사의 동료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며 성과달성에 전념해왔다.
회사에서 업무를 통해 익힌 능력은 새로운 커리어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20대와 30대는 능력이 승진에 영향을 미치지만, 40대와 50대는 전직이나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 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퇴직 후에 개인적인 인맥에 의해 전직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직무에 충분한 능력이 갖춰져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따라서 먼저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마케팅 분야에서 20년 동안 일했기 때문에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시장에서 능력을 평가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해 사람의 주관성때문에 혼자서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자신의 능력을 자신이 가장 모를 수 있다. 자신을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평가해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오히려 나를 잘 알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좋다.
직장인들은 상사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직장 상사라고 해도 같은 회사의 직원이다. 한 회사의 기준으로 부하직원의 능력을 평가한다. 한 직원의 능력을 온전히 개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회사를 벗어나 부하직원이 세상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평가받을지 모른다. 직장의 상사가 부하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회사 밖의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라
실제로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을 평가하고 싶다면 회사동료가 아닌 외부 사람에게 평가를 부탁하는 것이 좋다. 다른 가치관이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나의 존재와 능력을 어떻게 보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직장동료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당신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직장동료도 동일한 가치판단 기준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장생활에서 경쟁의식과 어떤 선입견이 작용하여 동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외부 사람에게 객관적 관점에서 평가를 부탁하는 것이 낫다. 외부의 커리어 컨설턴트나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좋다. 외부 사람에게 부탁하기 어렵다면 이미 직장을 퇴직하고 다른 업종에 취업한 선배들에게 부탁해도 좋다.
냉정하게 시장에서 통용될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보라.
현재 당신이 가진 어떤 능력은 가치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어떤 능력은 다른 업계에서도 통용되고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다른 업계에서 통용되고 중요한 능력은 현재의 직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도 다른 업종에서 살려 나갈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다른 산업과 업종에서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어떤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현재의 회사에서 평생 일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고 당연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전기산업의 화이트 칼라 직원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자신의 능력이 매칭되는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알 수 없다.
퇴직한 은행원 중에서 다른 업계로 전직하는 경우가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회사가 재무전문인력이 필요해서 채용하거나 거래하면서 그 은행원의 능력을 잘 알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채용된 것이다. 그런 특수한 상황 외에는 다른 업종에서 어떤 능력을 중시하고 높이 평가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퇴직 후 전직을 생각한다면 재직시절부터 다양한 업종 출신이 많이 참석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최근 동호회나 전문가들의 교류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외부 모임에 적극 참석하면 인맥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업종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외부 사람들에게 능력을 평가받을 때 솔직해야 한다. 현재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일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말해야 한다.
회사의 업무상 보안은 지키면서 외부 사람이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제시해야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외부 사람에게 평가받기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