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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국 타개가 시급하다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 휴비츠 고문)
지금 이 나라의 경제상황이 난국을 넘어 위기상황이라고 야단들이다.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언론보도 모두가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금언이 있다. 나라건 개인이건 평화롭고 걱정 없이 살 때에 장차 닥칠지도 모를 위기를 생각해 대처하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딱 그 짝이 난 것이다. 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도산위기에 처했다가 회생한 지가 불과 20년인데 우린 정부나 국민 모두가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흥청망청 살았으며 욕구만 쏟아냈을 뿐 현명하게 대처, 경제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지지 못했다.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세계경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던가를 반성함에 있어 정부나 국민이 잘못된 의식에 안주해 왔던가를 후회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경우 당최 혈세로 쓰는 나랏돈을 아껴 쓸 줄을 모른다. 정치적 저의, 일테면 인기영합의도가 다분한 각종 복지 성 지원금 같은 것으로 사후관리가 부재인 상태서 국비의 허비는 물론 공짜를 밝히는 나쁜 타성까지 조장했다. 정부의 심각한 일자리창출대책만 해도 그렇다. 창출했다는 일자리라는 게 일거리 같지도 아닌 일인데다가 시한부 임시직이라니 아이디어 빈곤에다 땜질식이다.

 국민 쪽은 어떠한가. 얼마 전 사이판에 닥친 태풍으로 한국관광객이 무려 1800 명이나 갇혀 난리를 피운 적이 있다. 지금 관광수입의 역조현상이 연간 천문학적 규모인데 우리 형편이 외화를 그렇게 써도 될 정도로 부자나라인지 모르겠다. 

 한 나라의 경제란 갑자기 무너지는 게 아니라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그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구조적 결함이 깊어져 위기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기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반경제적 요인이 무지한 정치적 개입, 무분별한 노조의 과도한 요구, 경제활력의 견인차 역할을 주도할 기업의 의욕상실, 정부의 성급한 기업규제 등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지금 무서운 기세로 우리나라경제를 향해 밀려오고 있는 먹구름을 보자.

수출부진에 고용불안 등 경제가 불안해질 조짐들이 우려할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 모든 문제들의 진앙 지인즉슨 만성적인 저성장인 것이다. 

 만성적 저성장은 경제침체의 주범이다. 경제동력이 떨어짐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기업에는 결정적 손실을 입히는데 매출이 줄어 결국 이익과 자금수입이 줄어 적자를 보게 만든다. 생산이 줄면 연관기업들이 적자와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생존권을 유지하려는 노조의 대항은 더 거세어지기 마련이다. 세수는 줄고 시장은 소비위축으로 영세 상인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이란 정부가 겸허하면서도 최우선과제로 삼아야하는 중대사다. 

한데 지금의 정부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기업 기 꺾기 먼저 해서 가뜩이나 반 기업정서에 주눅 든 기업에다 찬물을 끼얹었다. 세상 어느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대기업 총수들을 죄인 취급해 포트라인에다 세우고 잡아넣어 망신 주고 그 기업그룹에 말할 수 없는 수치와 충격과 혼란을 가하기를 경쟁적으로 한다는 건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적폐청산은 그토록 졸속하고 떠벌리며 하는 게 아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 뿔을 뽑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의미로 정부는 좀 더 신중하고도 대승적으로 했어야했다.

  경제성장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고 기업임을 오해한 것 같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은 투자의욕 저하, 외국으로의 탈출, 고용여건 악화 등 부정적 연쇄반응이 다. 일본의 경우 일자리가 넘쳐날 정도로 경제가 호황인데 그거 정치판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집권당이 기업성장을 손수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일본 노사는 어떠한가. 토요다자동차가 세기적 이익을 냈을 때 사측에서 성과급의 지급은 물론 회사의 안정화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임금인상까지 동결하자 제의했는데 놀랍게도 노조는 흔쾌히 동의했다. 과거 적자와 노사분규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상기,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궂은 날에 대비하자는데 흔쾌히 동의한 것이다. 하여 토요타가 위대한 일류기업이라는 것이다.

하면 저성장의 내적 영향요인은 무엇인가. 가장 심각한 것은 정치, 특히 신정권의 명분 쌓기 식 규제다. 현 정부가 기업에게 휘두른 적폐청산의 칼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성장을 둔화시켰다. 전문경영에 경험도 없는 정부기관 관리가 국민기업 같은 대기업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는 풍토에서는 성장의 싹수가 제대로 자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성장을 심화시킨 것은 대통령의 북한 핵 폐기문제에 너무 치우친 국정운영 때문이었다. 

국정우선순위가 마땅히 경제성장을 위한 조치, 일테면 기업들이 신명나게 성장활동을 하도록 이끌었어야 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서둘러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경제성장에 맞춰 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 그 부산물로 고용증대도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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