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출산위원회와 고령사회위원회를 따로 분리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한지 10년이 넘었지만 2017년 출생자 수는 36만여 명에 불과하고 합계 출산율은 1.06명으로 ‘저출산 대책’은 10여 년 동안 큰 진전 없었다.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령화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역대 정부에서 저출산·사회기본법을 제정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켰고, 투입된 예산만 무려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금까지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저출산 대책들이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이질적인 분야를 오로지 인구문제라는 공통점만을 근거삼아 억지로 하나로 묶은 ‘비효율성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 전문가는 “해군의 군사문제와 김 양식업 문제를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서 한 데 묶어 논의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저출산과 고령화는 인구문제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소관부처나 소관부서도 다를 뿐 아니라 전문가도 다르고, 문제의 본질 또한 다르다”고 말했다.
저출산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세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것이고, 고령화문제는 이미 태어나 이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하면 더 높일 수 있는가 고민해야하는 문제이다.
이처럼 이질적인 문제를 저출산·고령화라는 카테고리로 한 데 묶어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대한노인회 간부들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자리에서 차흥봉 고문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노인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경향이 있다. 저출산은 여성들의 출산, 고령화는 노인 복지와 일자리 등을 다루기 때문에 목표와 대상, 방법이 다르다. 두 문제는 따로 떼어내서 대책을 세워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일 리가 있는 말씀”이라며 배석한 박능후 복지부장관에게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자유 발언을 통해 “사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 각종 회의에서도 저출산·고령화가 분리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종전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공청회에서는 개회식과 폐회식은 함께 하고, 토론은 2부제 수업하듯이 오전에는 저출산, 오후에는 고령화를 주제로 전혀 다른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국회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도 위원회의 분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용환 기자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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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1-18 10:5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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