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줄 때 30% 할증을 적용하는 세대생략할증과세가 고령화 사회에서 자산의 적절한 활용을 방해해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최상위 고액 자산가들의 ‘세 테크’로 치부하며 부의 대물림 견제장치로서 이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4일 ‘세대생략할증과세의 국제적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세대생략할증과세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미국, 일본에서만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일본의 경우 공제, 특례 등의 배려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국의 현행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은 세대생략이전 금액에서 유산세(상속세)와 통합해 적용되는 공제 한도가 1120만달러(약 125억원)여서 실제 과세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본은 소자녀·고령화의 급속화에 따라 세대 간 부의 원활한 이전이 가능하도록 상속 시 정산과세제도, 주택취득·교육·결혼육아 자금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특례 등을 도입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로 한 세대를 뛰어넘은 부의 이전이 많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세대생략할증과세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상속 관련 납세순응비용(세제의 운영비용)이 높아질 뿐 아니라 부당한 상속 사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이어 “외국보다 불리한 조세정책으로 인해 자국 자본까지도 국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세대생략할증과세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세대생략할증과세와 단기재상속공제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5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 조부모가 손주에게 상속하고 부모가 3년 이내 사망한 경우(세대생략할증과세) ▲ 조부모가 부모에게 상속하고 3년 이내에 부모가 사망해 손주가 다시 상속받은 경우(단기재상속공제)에 각각 내야 하는 세액을 비교하면 세대생략할증과세 적용 시 5억3200만원의 더 많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대생략상속의 경우 상속 개시 후 10년 이내에 생략된 중간세대가 사망하면 이미 부과된 할증 과세 금액을 단기재상속공제분처럼 환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경연의 주장과 달리 세대생략할증과세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도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두 번에 걸쳐 이뤄지는 증여세 과세를 한 번으로 줄이려고 행하는 일종의 ‘세테크’이기 때문에 부의 세습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용원 참여연대 복지조세팀 간사는 “세대생략 상속은 고액 자산가 중에서도 최상위층의 극소수가 절세하려는 의도로 활용하는 제도인데 할증 과세가 적용된다고 해서 경제활동 의욕을 떨어뜨린다거나 자산 활용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기본적으로 상속·증여세의 실효세율이 굉장히 낮은 상황에서 세대생략할증과세까지 완화할 경우 부의 대물림 견제장치로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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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12-10 16:2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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