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의 흡연 경고그림처럼 술병에도 음주 폐해 경고그림을 붙이는 법안이 발의돼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최근 발의됐다.
개정안은 주류 판매용기에 경고문구뿐 아니라 음주운전 등의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를 표기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와 같다” 등의 경고문구를 술병 등에 표기하도록 했다.
특히 교통사고 등 음주운전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그림(사진 포함)을 붙이도록 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주세법에 따라 주류 판매용기(술병)에 임신 중 음주와 청소년의 음주,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만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경고문구도 술병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수없이 나왔다.
술병에 음주 경고그림을 붙이면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처럼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흡연 경고그림은 강력한 금연정책 수단으로 실제로 효과가 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9세 이상 흡연율(평생 담배 5갑 이상 피웠고 현재 담배를 피움)은 22.3%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래 최저치다.
복지부는 작년 흡연율이 낮아진 이유로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된 흡연 경고그림과 금연구역 확대 등의 비가격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담배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효과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흡연 경고그림 부착 때와 마찬가지로 음주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1차례 건강증진법 개정을 시도한 끝에 지난 2016년 12월 23일에야, 무려 13년만에 겨우 흡연 경고그림 정책을 어렵게 도입했다.
음주는 흡연·비만과 더불어 건강 위해요인이다. 알코올은 담배 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이 1군 발암물질이자 중독물질이기도 하다. 만취 상태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창호씨를 치어 숨지게 하는 등 음주 관련 교통사고·폭력·자살 등은 매일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알코올성 간 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총 4809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숨진 셈이다.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주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2.7명)부터 급증해 50대(22.8명)에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2015년) 조사결과,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조4524억원으로 흡연(7조1258억원), 비만(6조7695억원)보다 많으며,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음주는 사회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2018년)에 따르면 휴가 나왔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처럼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경우는 9.0%(1만9517건), 사상자 중에서 10.3%(3만3803명)에 이른다.
대검찰청 통계(2017년)를 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흉악범죄의 30% 이상(1만121명)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성범죄를 제외하고 주취 상태는 감경사유로 작용하는 등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음주폐해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정부는 강력한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에 따라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르면 2020년부터 주류광고에서 광고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을 금지하기로 했다. 광고가 음주를 유도하고 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공공기관과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장소를 법적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