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일제 밀정 총탄 맞고도 의연했던 ‘백범 김구’

부산시립박물관, 올해 초 기증받은 사진 1점 세상에 공개 가슴에 선명한 검은 자국… 1938년 ‘남목청사건’ 당시 사진
백범 김구 선생(오른쪽 첫 번째)이 1938년 '남목청사건' 때 일제 밀정의 총탄을 맞고 수술을 받은 후 중국 장사 상아병원에서 의료진과 촬영한 기념사진.
1938년 백범 김구 선생이 일제 밀정이 쏜 총탄을 가슴에 맞고도 살아남아 의연하게 앉아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백범일지에 글로만 전해지던 사건은 진실이었던 것이다.

“소생할 가망이 없어 보이자 의사들은 응급처치도 하지 않은 채 문간방에 놓아두고 장남 인과 안공근에게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보를 쳤다. 그러나 4시간이 지나도 백범이 살아 있자 의사들이 백범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1938년 ‘남목청사건’때 일제 밀정이 쏜 총탄을 가슴에 맞은 백범 김구 선생을 설명한 백범일지 한 부분이다. 남목청사건은 1938년 5월 7일 독립운동 세력의 3당 합당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연회에서 조선혁명당원 이운환이 권총을 난사해 김구 선생이 크게 다치고 현익철이 사망한 일을 말한다.

김구 선생은 총탄을 맞은 중태로 중국 장사 상아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나 임정 국무회의에서 내무·국방·외교 등 전권을 쥐는 주석으로 선출됐다.

피격 이후 김구 선생 모습은 백범일지 등 글로만 알려져 왔을 뿐 사진 자료는 공개된 적은 없었다.

부산시립박물관은 올해 초에 기증받은 서영해(徐嶺海·1902∼1949 실종) 선생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김구 선생 사진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영해 선생은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다. 백범 사진은 서 선생이 생전에 수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진을 포함한 서 선생 유품 200여점은 부인 황순조 전 경남여고 교장이 보관하던 것으로 황 전 교장이 1985년에 작고하면서 류영남 전 부산한글학회 회장이 보관하다가 부산시립박물관으로 오게 됐다.

사진 속 김구 선생은 상의를 풀어헤친 채 의연한 모습으로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가슴 중앙에는 검은 점이 보이는데 이는 1938년 '남목청사건' 때 일제 밀정의 총탄을 맞은 자국이다.

이해련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기증 자료를 정리한 뒤에 내년 초 임시정부 100주년 특별전에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