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형종 박사 (본지 객원기자/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5년 후 퇴직을 생각하면 불안합니다. 지금부터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퇴직 후 재취업 시장에서 통용되는 능력이나 스킬을 배우고 싶은데 자꾸 미루고만 있습니다.”
공기업에 다니는 송기석(55세)의 말이다. 송기석씨처럼 사람들은 일단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얻겠지만 실제로 행동하지 않는다. 변화를 결심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의지가 약한 탓도 있지만, 사람이란 변화 자체를 피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사람은 쾌적영역(comfort zone)에서 멀어지려고 하면 잠재의식 영역에서 매우 강한 반발을 일으킨다. 이러한 반발작용을 생물학에서 항상성 유지기능(homeostasis)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사람의 체온은 더위와 추위에 관계 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외부의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면 사람은 바로 약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려고 한다. 즉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를 피하기 위해 잠재의식 속에 박혀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한다. 강한 의지에 관계 없이 인생이 바뀔 것 같은 큰 결단을 내릴수록 현상유지로 되돌아갈 수 있다. 머리 속으로 잘 이해하고 있어도 잠재의식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 변화는 어려울까? 직장인에게 20년 이상 일해온 직장은 심리적으로 익숙하고 편한 쾌적영역이다. 그렇게 익숙한 직장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매우 불안하다. 쾌적영역은 퇴직 후를 대비해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항상성 유지기능을 역이용하면 어떨까? 즉 자신이 꿈꾸는 장래 커리어 목표를 쾌적영역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익숙한 직장을 쾌적영역에서 벗어난 장소(잠재의식에서 있고 싶지 않은 장소)로 생각한다. 그러면 잠재의식은 지향하는 커리어 목표(쾌적영역)을 향해 행동하고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잠재의식은 자동적으로 목표지점을 향하고 사람은 자연스럽게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한다. 쾌적영역을 바꾸면 항상성 유지 기능이 작용하여 자연스럽게 장래에 희망하는 커리어를 준비하는 행동을 시작한다.
이렇게 퇴직준비 행동을 시작했다면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정했기 때문이다. 큰 목표에 의욕적으로 도전해도 성장을 실감하기 어렵고, 힘들면 오래 할 수가 없다. 뭐든지 꾸준히 계속 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중도에 그만두면 오히려 의기소침하고 패배의식이 젖어 든다.
그렇다면 목표를 작게 쪼개서 매월, 매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목표로 만들어 본다. 곧바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다. 성취감을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이렇게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을 심리학에서 “작은 발전(small step)의 원리”라고 한다. 이 작은 발전의 원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특히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떤 목표가 있으면 무리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달성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재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려고 수면시간을 줄이고, 매일 4시간을 공부할 목표를 세운다. 처음에는 성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솔직히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작은 목표를 세워 일단 실천하는 것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1~2시간으로 공부 량을 늘려나간다. 처음부터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행복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인생에서 목표를 향해 꾸준히 실천해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많다. 어떤 작은 행동을 오래 계속하면 일정한 시점부터 급격하게 성장한다. 우리는 0.1%의 성장만으로 엄청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자신의 능력을 “1”로 하고 매일 어제보다 0.1%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1일째에는 1.001밖에 성장하지 않는다. 1주일간 계속하면 1.007이고, 1개월간 지속하면 1.03이다. 이 정도로는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 1년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최초의 1.44배가 된다. 2년째에는 2.07배, 3년째는 2.99배가 된다. 3년 후에는 약 3배의 능력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3년의 시간이 있다면 자격증 한 두 개는 충분히 딸 수 있다. 3배의 능력을 갖추면 그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격증을 딸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5년 동안 계속 노력한다면 지금의 능력이 6.2배, 7년째에 12.9배, 8년째에 18.6배, 10년째에 38.5배까지 성장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현재 “1”의 능력을 가진 초보자라도 38.5배로 성장한다면 아마도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매우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다.
당신이 좋아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꿈과 목표가 있더라도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목표와 기대가 크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감도 크다. 꿈과 목표는 처음부터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꾸준히 0.1%씩 성장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작은 발전의 원리를 믿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이다.
퇴직불안을 안고 서두르기 쉬운 50대 직장인일수록 장래 커리어 목표를 향해 매월 매주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간적 여유를 갖고 오늘부터 매일 0.1%의 성장을 다짐해 보라. 자신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변화가 천천히 일어나지만 몇 년 후 대가는 실로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