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주도해 온 안철수 대표<사진>를 향한 ‘책임론’이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독일·이스라엘 방문차 외국에 체류 중인 안 대표가 내부 비판을 정면돌파하며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조배숙·주승용·유성엽·장병완·황주홍 등 호남 중진의원들은 7일 오전 여의도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최근 발언들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주로 비판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유성엽 의원은 식사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과는 커녕 ‘내 길을 갈 테니 나가라’는 것은 당 대표로서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자신이 안 대표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안 대표가 “그 정도면 그런 정당에 계신 것이 무척 불편할 것”이라고 받아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병완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을 들먹이며 ‘나갈 거면 나가라’는 말은 대표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분열의 길을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안 대표와 연이틀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지도부가 고작 한다는 것이, 당내 중진의원에게 ‘나가라’고 막말을 해대고 있을 뿐”이라면서 “‘하는 꼴이 딱 초딩(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게 국민적 인식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안 대표가 호남 민심을 부정적 의미로 거론했는데, 지역구도 정치 속에서 호남은 영남 패권주의의 피해자”라면서 “국민의당에 38석을 만들어준 호남에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왜 부담스러워하고 폄하하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오후 유 의원을 비롯해 전북을 지역구로 둔 정동영·조배숙·김관영·김광수·김종회·이용호 의원 등 7명은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이용호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론이나 지역위원장 사퇴를 충분한 당내 소통 없이 밀어붙인 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귀국 직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투덜거림에 답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돌파력을 증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