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발표한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은 취업자의 20%를 웃도는 자영업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종합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자영업자의 연체 채무를 탕감해주는 방안, 18조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발행안, 17조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는 안 등을 통해 자금 공급의 ‘파이프라인’을 보강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이번 대책은 전반적으로 정부가 자영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인상을 주고 있으나, 기존에 나왔다가 다시 테이블에 올린 대책이 다수여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도 따른다. 벼랑 끝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지의 실효성 문제와 더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지, 막대한 자금 지원이 되레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지는않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얼마나 어렵나
우리나라 자영업 구조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자와 비취업자 등이 몰리면서 출혈 경쟁을 양산했다. 국내 자영업자는 10월 기준 567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9%를 차지한다.
유럽연합 15.5%, 일본 10.4%, 미국 6.3%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더 문제는 자영업자가 도소매업(20.7%), 숙박·음식업(11.2%), 개인 서비스업(7.4%), 제조업(7.3%) 등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경영난 등으로 부채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자영업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2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608만원)의 81% 수준으로 116만원 적다. 이들 가구 부채는 평균 1억87만원으로 꾸준히 늘어 상용근로자(8062만원)보다 2025만원 많다.
카드수수료와 임차료 등 비용 증가와 경영난으로 대출 잔액이 2014년 372조원에서 올해 6월 기준 591조원으로 불어났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작년 14.4%, 올해 2분기 15.6%로 높아졌으며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2014년 3억원에서 6월 말 3억5천만원으로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창업 유도, 매출 증대와 비용부담 완화, 상권 보호와 상생 협력, 사회안전망과 복지 확충, 재기 지원 방안이 두루 언급됐다.
2022년까지 자영업이 밀집한 구도심 상권 30곳을 쇼핑·커뮤니티·청년창업·지역 문화가 이뤄지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소공인 복합지원 센터’ 10곳 설치, 혁신형 소상공인 1만5천명 육성 등 방안이 자영업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이를 위해 공영홈쇼핑 입점, 자영업 수출컨소시엄 사업 도입 등 판로를 지원해주고 미용업 등 생활밀착형 영세 서비스업의 업종별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의 지역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 0% 수수료율의 제로페이 시행, 자영업 점포 사용 용도 '국민 포인트제' 도입을 통해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덜어주기로 했다. 상가임대차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환산보증금 폐지나 철거·재건축 시 우선 입주요구권과 퇴거보상 인정 추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5년) 등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 협력 방안도 추진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두 배인 4조원으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자영업자 지속성장을 위해 보증과 소상공인정책자금 확대 등으로 2022년까지 17조원의 저리자금도 공급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고무적’ 반응, 효과는 지켜봐야
이번 대책은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만큼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자영업자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한 전례가 없었다”며 “대책은 생소하지는 않지만, 구조적 자생적 생태계를 다룬 데다 민간단체와 같이 협의한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보험 개선 추진과 환산보증금 단계적 폐지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다만, 이번 대책으로 70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전체가 안정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하는 것과 중복되는 방안도 있어 그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생계형의 취약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인데, 정부가 본질은 건드리지 못했다”며 “범위가 넓은 자영업을 구체화하지 않고 대책을 잡다 보니 초점이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채무 감면과 관련해서는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무를 탕감해주다 보면 무책임한 차주들이 생겨나 도덕적 해이가 확산할 수 있고 업자 부담이 금융부실 등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살아나려면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경기 활성화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교수는 “자영업자 매출이 확대되려면 내수 경기 부양이 필수”라며 “결국 경기 활성화 정책이 동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