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집에 퇴근하면 회사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피한다.골치아픈 일들을 집에까지 갖고 와서 고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도 회사일을 집에까지 갖고 오는 사람은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마누라가 회사일에 대해서 물으면 '알 필요 없다, 몰라도 된다'라면서 딱 잘라버린다.
그런데 마음 풀어놓고 골프를 칠 때 이쁜 여성캐디가 철없는 체하며 사장님의 ‘하시는 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며 질문해 오면 대게 소상하게 설명을 해 준다.
‘에이구, 고생 많으시겠어요’ 하고 동정을 하면 갑자기 근엄한 모습이 사라지고 애들이 되어서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스로 다 털어놓기도 한다.
해야 할 말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하며 신세타령 하듯이 늘어 놓기도 한다. 허접한 캐디 주제에 뭘 알겠느냐며 큰 신경 안 쓰겠지만, 천만에! 큰코다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멋쟁이라며 치켜 세우고나서 ‘저녁에 술 한잔 사주세요’라고 한 마디만 해도 그날 속옷까지 다 벗어 줄 남성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4년 8월 31일자,몇몇 신문에 보도된 실화를 들어보면 정신이 바짝 들것이다.
2000년대 초 부모가 북한출신인 뛰어난 미모의 34세 중국동포 강명자가 김양숙이라는 이름의 위조여권으로 입국했다.
문순옥이라는 위조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대표적 군골프장 태능CC에 캐디로 위장취업했다. 수 많은 정부 고위공무원들과 군장성들이 애용하는 골프장이다. 이중 삼중의 신원조회 절차가 필수적인데도 이상하리 만큼 쉽게 그녀를 캐디로 받아 들였다.
매일 고위관료들과 고위정보부대장 및 많은 장성들을 밀착하여 따라다니며 경기보조원 역할을 했다.
그녀는 KAL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처럼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에 영어까지 능통했다고 한다.중국에 있을 때는 북한 홍콩 러시아를 자주 드나들었었다.
미모나 능력으로 보면 전혀 캐디를 할 여자가 아니라는 의심이 들어 한 민간인 골퍼가 오랜기간 접근하여 집요하게 그녀를 관찰해 왔다고 한다. 일이 끝나면 고위정보기관 관계자가 차로 그녀를 픽업해서는 집으로 데려와서 베이징대에 다니는 아들의 중국어 가정교사를 시켰다. 결국 이 남성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낌새를 눈치챈 그녀는 잠적해 버렸다. 자취방을 덮쳤으나 이미 깨끗이 정리된 상태였다고 한다.
추적 보름만에 체포되어 수사를 했으나 대공용의점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단순 위장취업과 사문서위조의 혐의로만 구속했다.
성급한 수사종결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고 그녀의 신분과 공작활동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군부요인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옷깃을 풀고 여가를 즐기는 장소에서 일할 미모의 여성도우미 신원확인이 이렇게도 허술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편에서는 우리 정보기관이 심어놓은 망원(網員)이라는 설도 나돌았다.
군 고위층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정보수집을 위해서다. 실제 그녀는 조사과정에서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쪽 사람이 다치고 저렇게 말하면 저쪽 사람이 다칠 것 같다는 식으로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캐디는 근거리에서 고객의 일거수 일투족 동반자들과 나누는 긴요한 대화와 숨소리까지 엿들을 수 있다. 이 마타하리 의심 캐디사건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검찰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한 동안 다루었었다.
군인골프장의 캐디채용은 군 정보기관에서 당연히 신원조회 등으로 관여하고 있는데 캐디학원의 이력서와 주민증만보고 뽑았다고했다.
3년 6개월 동안 이 캐디의 눈과 귀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래선 개척이나 업무상담을 위해서 골프를 많이 이용한다. 카트 이동 중이나 각 홀 대기 중에 사업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경쟁업체정보 개발정보 입찰정보 등을 빼내기 위해 미모의 캐디를 이용하지 못할리가 없다.
골프장은 운동과 오락 친목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마음 터놓고 여러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광장으로도 중요한 수단이다.따라서 라운드 도중에도 많은 밀담이 오간다.극히 사적인 이성이야기까지 지극히 자연스럽고 부담없이 대화를 한다.
물론 옆에서 캐디는 다 듣고 있다.
보안교육을 특별히 받고 정보관리 의식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라운드 중에는 해이해지기 쉽다. 산업스파이가 활약하기 가장 좋은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마누라한테는 못 할 이야기 이쁜 캐디 한테는 다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고 입찰 정보는 캐디가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