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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피부 캐디, 연변사투리 캐디가 몰려온다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42
 

한국골프대학(KGU)의 골프캐디 양성과정을 보면 44시간의 골프기초과정과 68시간의 캐디직무과정을 16~17일 동안 가르친다.  골프장에 들어가면 일정기간의 실습과정을 거쳐야 고객의 백을 맬 수 있다.

요즘 골프장의 캐디 구인광고를 보면, 연봉 4천만원 이상 보장, 신축기숙사 제공, 3끼 식사제공, 캐디상해보험, 최신형 카트완비, 연습장 무료이용, 명절떡값 제공, 정기 건강 검진 등등 정말 파격적인 복리복지를 제공하는 천상의 직장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데도 지원자가 별로 없어서 캐디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라며 골프장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방 골프장은 구인난이 더 심하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선뜻 나서길 꺼리는 근본이유는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육체노동이 수반되고 더 중요한 원인은 5~ 6시간 동안 네 사람의 기분을 맞추면서도 만족스러운 경기 보조업무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이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골프붐이 일기 전 충남 도고의 D골프장 같은 곳에서도 지금처럼 젊은 캐디 구하기가 어려웠을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캐디직업이 생소했었고 백을 하나씩 직접 메고 다녀야 하는 힘든 직업 이었다.

특히 당시는 젊은 여성들은 농촌을 떠나 대부분 도시로 나가서 공단 등에 취업하던 때였다. 골프 성수기엔 할 수 없이 인근 농촌 아주머니들을 알바캐디로 고용했다. 

골프에 대한 지식이 없고 각 채의 영어이름도  모르던 그들은 골프백만 운반해 주고 공과 채를 닦는게 일의 전부였다. 어깨에 매는 것이 익숙지 않았던 그녀들은 머리에 골프백을 이고 따라오다가 자세를 낮추면서 손님이 알아서 채를 빼서 쓰도록하는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업 730개 직종 중 골프장 캐디의 감정노동 강도는 40위에 해당한다. 이는 선박 열차객실 승무원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보다도 높다.

그러나 업무환경은 네명이 초긴장 예민한 감정으로 경기를 하기때문에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 실제 감정의 강도는 훨씬 더 강하다고 본다. 예전보다는 골퍼들의 인식이나 대우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노캐디 제도에 대한 심각한 고려 등 골프장 운영의 대변혁 움직임도 캐디대란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골프장 입장에서는 노캐디 제도 도입은 최후의 카드로  미뤄두고 있다. 경기 진행속도는 캐디 유무의 영향이 크고 영업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일부 골프장에서는 팀 평균 핸디가 18 이하 일 때만 노캐디 플레이를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방골프장에서부터 노캐디 바람은 수도권으로 불어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계의 소위 3D 업종의 상황을 닮아 가고 있다. 캐디 구인난의 틈새를 이용해 외국인 근로자 중 젊은 중국동포 중심으로 캐디 노동시장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12여 년 전 경기도 광주 K골프장에서 한 캐디가 중국동포임을 처음 알아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서울 말씨였으나 주의깊게 들어보면 연변사투리가 섞여 있었다.

캐디 3년차인 그녀는 국내골프장에 교포들이 꽤 많이 취업해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동료들도 그녀가 일을 참 잘 하고 사교성도 좋다고 호평했다.

5시간 근무에 숙식제공, 연봉 4천만 원이면 그들에겐 신의 직장인 셈이다. 

3D 업종 외국인 남자근로자보다 모든 복리후생을 포함하면 실질임금이 높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골프캐디 양성소에서 기본 골프지식 보다는 서울표준말 엑센트를 배우기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중국동포 여자 전화상담원처럼 서울 말씨를 잘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변사투리나 북한사투리를 남한골퍼들이 반가워하지 않거나 얕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다시 캐디학원에서 캐디 양성과정을 밟으면 최상의 일자리가 보장 된다. 내국인 지원자가 줄어든 학원들은 서울 표준말 억양을 잘 구사하는 해외동포들을 대환영한다.

3D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또 노령인구만 남은 농촌현장에서 처럼 앞으로 구인난이 더욱 심화될  한국골프장의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수입캐디를 쓰거나 아니면 노캐디 시스템 도입이다.

일본 골프산업의 변화 패턴을 우리나라도 닮아 가고 있다. 일본은 캐디수입보다 노캐디 시스템 또는 노인캐디를 선택했다.

앞으로 노골적인 연변사투리나 갈색피부의 동남아 아가씨들의 어눌한 한국말을 들으면서 라운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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