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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확장, 지금 필요한가?

박원순의 새 광화문… ‘촛불’ 바닥에 새기고 이순신상·세종대왕 동상 이전 검토 행안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안 반대, 정부서울청사 주차장 수용 곤란 입장 밝혀”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야심차게 발표한이순신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이전하고 ‘촛불’이미지를 바닥에 새기는 이른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계획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입장 자료를 내 “사업 내용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일부 건물 및 부지 포함 문제는 행안부와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서울시 기본 계획안에 대해 관계기관 회의 등을 통해 해당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하면 청사 일부 건물·부지가 침범되는 문제를 지적했고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고 못 박았다.

이어 “서울시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내용에 따르면 청사는 공공건물로서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다”며 “정문과 차량 출입구가 폐쇄되고 전면 주차장이 없어지며 청사 내 순환도로가 폐쇄돼 청사 내 차량순환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또 “우회도로가 조성되면 청사경비대, 방문안내실, 어린이집 등 부속건물 일체를 철거할 수밖에 없어서 대체건물을 확보해야 하고 방문안내실을 이전해야 한다”며 “그 결과 청사 건물만 남게 돼 정상적인 운영·관리에 차질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포함된 정부서울청사 부지 포함 문제는 서울시와 정부 간에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앞으로 서울시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앞서 21일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광장으로 편입하는 등 광장을 3.7배 확대하는 내용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당선작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CA조경기술사사무소’등의 ‘Deep Surface’(딥 서피스·깊은 표면)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전 공모에서 당선됐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목표는 광장의 ▲ 600년 ‘역사성’ ▲ 3·1운동∼촛불혁명의 ‘시민성’ ▲ 지상·지하를 잇는 ‘보행성’을 계승·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선작은 지상을 비우고 지하를 채우는 공간 구상으로 서울의 역사성을 지키고, 다양한 시민 활동을 품을 수 있게 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공모 심사를 맡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대한민국의 중심 공간으로서 상징적 가치를 가장 잘 노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새 광화문광장의 가장 큰 변화는 정부종합청사 쪽 도로가 사라지고 모두 광장으로 편입돼 광장 규모가 1만9천㎡에서 6만9천㎡로 확대되는 점이다.

 광화문 ‘터줏대감’인 이순신장군상은 옛 삼군부 터인 정부종합청사 옆으로, 세종대왕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전을 추진한다. 광장 어디서든 경복궁과 북악산 전경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공모전 심사 과정에서 이순신장군상 이전은 역사성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이순신장군상·세종대왕상 이전은)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시민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이 100년 전 3·1운동에서부터 민주화 항쟁,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 무대가 된 점도 설계에 반영된다.

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는 “광장 자체로 시민 의견이 표현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의미가 있고, 촛불 이미지를 상징하는 내용이 지상광장 바닥 패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작지만 현대사의 의미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에는 서울시 예산 669억원, 문화재청 예산 371억원 등 총 1천40억원이 투입되며 2021년 5월 완공 목표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김부겸 장관은 “서울시의 설계안을 행안부에 그대로 수용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며 “서울시의 당초 안 대로라면 청사 기능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행안부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행안부가 문제를 제기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서울시가 합리적 대안을 들고 오면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전제는 청사의 기능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서울시는 행안부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운 것이 다소 의외라면서도 앞으로 행안부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발표한 공모전 당선작 내용은 밑그림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기본설계, 실시설계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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