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공방 문화재등록 ‘직권상정’ 사실상 지시, 문화재청장에 수차례 “보존 못 하면 각오”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압력 사실상 시인, “작년 6월 ‘특정인사 추천’, 나전칠기도 구입 검토”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간사로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기관에 각종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경남 통영 소반장 공방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초유의 ‘직권상정’을 문화재청에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6년 11월 1일 나선화 전 문화재청장에게 “통영 소반장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은 뒤 “그것 직권으로 안 됩니까”라고 압박했다.
윤이상 기념공원 인근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695호 '통영 소반장 공방'은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 추용호 씨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으로, 약 9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방은 통영시가 계획한 도로 개설 예정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몰렸고, 이에 추씨가 노숙 농성을 벌이면서 지역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화재청은 해당 공방을 소유한 통영시가 문화재 등록을 신청하지 않자 손 의원이 ‘직권’을 언급한 뒤에 청장이 직권으로 문화재를 등록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까지 변경했다.
이후 통영 소반장 공방은 문화재위원회에서 두 차례 ‘보류’됐다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전승공간 중 희소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세 번째 논의에서 등록 안이 가결돼 시행규칙 개정 이후 ‘직권상정’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등록문화재가 됐다.
2016년 5월 30일 국회에 입성한 손 의원은 소반장 공방 존치를 주장하면서 문화재청에 공방 보호 방안을 찾으라고 집요하게 강조했다.
손 의원은 그해 7월 11일 “추용호 소반 댁은 그 자리에 있어야 된다”며 “그 자리에서 옮겨서 다른 데로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7월 21일에도 “추용호 소반장이 천막을 치고 밖에 사셨는데 오늘 아침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면서 “여기서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저보다 청장님이나 장관님에게 더 큰 부담이 온다”며 에둘러 등록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 의원은 나아가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대상으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예컨대 8월 16일 소반장이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그 지점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영 소반장 공방 보호를 향한 손 의원의 집착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직권상정’을 통한 문화재 등록을 말한 11월 1일 청장에게 “보존을 못 하시면 문화재청장님은 각오하셔야 될 것”이라며 “제가 다섯 달 동안 네 번째 통영 소반장 얘기하고 있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나선화 당시 청장이 12월 28일 “공방이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국가가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법을 이미 올렸다”고 설명하자 “서둘러 달라”며 등록을 거듭 재촉했다.
이듬해인 2017년 2월 14일에도 손 의원은 “청장님, 왔다가 그냥 가실 수는 없지 않냐”며 “통영 소반장, 제가 지금 여섯 번째 질의한다. 어떻게 됐는지 말씀 좀 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나 전 청장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2월 안에 이 법에 대한, 직권 법에 대한 규제심사가 있다”고 답했다.
손 의원은 국회 질의 뿐만 아니라 자료 요청을 통해서도 문화재청에 통영 공방 보호에 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손 의원은 통영 소반장 공방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통제영지 근처에 대지 202㎡를 보유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인사교류 압력을 가한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A씨 부친의 작품인 통영바다그림 탁자와 문갑도 가졌다.
손혜원 의원이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특정 학예직 인사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물관이 그런 일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손 의원의 요구를 거부한 박물관 학예실장을 교체했다는 22일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사안을 포함해 최근 국립박물관을 둘러싸고 제기된 손 의원 관련 의혹 전반을 해명하고자 했다.
입장문에서 박물관은 ‘손혜원 의원이 작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와 전문가의 근무를 요구하며 압박하였다는 기사 관련’해 “손 의원은 나전칠기 연구 복원에 대한 사업을 이야기하던 중 A씨 전문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추천했으며 작년 12월말 정기인사교류시 해당자를 검토했으나 교류 분야가 맞지 않아 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비록 손 의원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일하는 보존과학 분야 학예연구사인 A씨를 ‘추천’했다고 표현했지만, 인사 압력이 있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적어도 5명 이상의 박물관 관계자들한테서 확인한 결과, 손 의원은 이 자리에서 A씨를 ‘추천’한 것이 아니라, 1시간가량 줄곧 중앙박물관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 의원은 이 문제를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했다.
나아가 국립중앙박물관은 ‘손혜원 의원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나전칠기 분야의 특정 작가를 칭찬하는 발언 뒤에 박물관 측이 작품 매입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내부 반발로 타협점으로 나전칠기가 아닌 금속공예품 4점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명에서 박물관이 근현대 나전칠기 작품을 실제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공식적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