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내일 한파가 몰려온다는 방송을 보며 남편은 겨울내의 방한조끼 핫팩 등을 챙겨서 골프 옷가방에 넣고 있었다.
부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내일 영하 15도라는데, 골프 가려고? 다들 미쳤나 봐, 이 엄동설한에…”
남편은 태연히, “그래, 우리는 다 골프에 미쳤어. 골프에 미쳐서 너무 행복해…”라고 응수하며 추울수록 옥외운동을 해야 하고 겨울에도 골프를 쳐야하는 절대적 필요성을 애써 설명한다.
골프 낚시 등 스포츠 중독도 어쩌면 약물중독처럼 심각한 증세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약물은 제정신이 아닌 환각이나 각성상태의 병적 중독이고, 운동은 계절 날씨 가리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몰입하는 현상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정상적인 심신이라는 점이다.
겨울에 운동을 하면 더 큰 운동효과를 보는것은 날씨가 추우면 인체가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신체는 몸의 상태를 늘 동일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항상성 (恒常性 homeostasis)이 있다고 한다.
체온도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떨어지지 않고 유지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10% 정도 증가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매일 남성은 121 칼로리 여성은 70 칼로리를 소비한다고 한다. 즉 겨울에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살이 더 잘 빠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실제로 호주 시드니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몸이 떨리는 추운 곳에서 10~15분 있으면 1시간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다른 계절보다 칼로리 소모가 높기 때문에 겨울철 운동은 대사성 질환과 감기같은 감염성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크게 강화시킨다.
겨울철 운동 중에도 가장 손쉽고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은 걷기다. 골프는 걷기운동이 중심이 되는 전신운동이요 유산소운동이다.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미쳐있지 않고 몰입하여 전심 전력투구 하지 않으면 경지에 도달하기 힘들다.
특히 골프는 골프광(골프 미치광이)의 오명을 쓰지 않고서는 고수의 반열에 올라 설 수 없다. 계절이나 날씨 가리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정도에 비례해서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으르거나 이것저것 편리한 조건과 여유로운 상황이 허락될 때만 골프를 친다면 실력은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다.
술을 덜 마시고 심야시간에 잠 덜 자고 새벽에 나와 연습을 하는 부지런한 사람, 하루를 25~ 26시간처럼 쓰는 사람에게만 골프의 신은 강림한다.
겨울 골프코스는 춥고 얼어 붙어서 재미없다고 실내 스크린 가상골프에 매달리는 골퍼도 많다. 실력향상에 거의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운동효과도 반감된다. 난방을 위해 문을 꼭꼭 닫은 실내에서 샷할 때마다 폭발하는 플라스틱 미세먼지를 마시는 백해무익한 운동이라고 본다.
얼어붙은 코스에서 겨울골프는 부상의 위험도 따르고 볼 컨트롤도 어렵지만, 반면에 정교한 기술과 뛰어난 예측능력, 지형지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이 3요소가 잘 맞아 떨어져야 잘 칠 수 있는, 그 만큼 재미와 스릴도 넘치는 운동이라고 하겠다.
겨울골프의 묘미를 요약해 보면,
1. 움추러든 신체기능을 유산소운동으로 활성화하여 겨울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 향상.
2. 먹고 마시는 실내 사교영역을 옥외로 확대.
3.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요구되는 운동이지만 상대적으로 쾌감과 만족도가 높다.
4. 튕기고 런이 많아서 비거리 만족도도 높다.
5. 특별한 가격(지역에 따라 성수기의 3분의 1 가격),빠른 진행으로 소위 황제골프의 기분을 경험한다.
6. 라운드 중 들르는 그늘집의 오뎅과 뜨거운 정종의 맛, 종료 후 언 몸을 사우나로 녹이는 기분은 골퍼 이외에는 모른다.
옛날 골프광들은 눈 위에서도 라운드를 했었다. 발로 눈을 쓸고 공을 다시 놓고 치지만 공은 눈 속에 묻혀 사라지기 때문에 칼라볼을 한자루씩 갖고 나와야 했다. 눈 위의골프도 별미와 스릴이 넘친다.
당신이 진정 골프를 사랑하는 골프광이라면 겨울에도 골프를 사랑하라.
질병에 대한 면역력 강화가 필요하면 겨울 골프코스를 거닐어라.
봄이 오면 기필코 꺾어 주고 싶은 라이벌이 있다면 겨울동안 칼을 갈아라.
겨울에 골프를 왜 치느냐 물으면 그늘집 오뎅과 따뜻한 정종 맛을 아느냐고 되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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