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정국 혼란이 국제사회의 ‘좌우 대립’ 구도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EU, 그리고 브라질을 비롯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미주 대륙의 우파 정부들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반(反) 마두로 포위 전선’을 구축한 반면, 쿠바와 볼리비아 등 좌파 국가들은 ‘마두로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 중국이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이번 사태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나서면서 동서간 ‘파워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진 23일(현지시간) 미주 대륙에서는 저마다 좌우로 나뉘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찬반 의사를 나타냈다.
기세를 올린 쪽은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가들이다. 한때 중남미 대륙을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의 퇴조에 따라 우파 정부들이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나는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베네수엘라 국회가 헌법을 발동해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선언했고 따라서 대통령직은 공석”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역내에서 뚜렷한 열세인 ‘친(親) 마두로’ 좌파 진영에 든든한 지원군이 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우리는 베네수엘라 정권 찬탈 시도를 국제법 기초와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외부 개입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역 갈등으로 미국과 껄끄러운 중국도 미국의 내정간섭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이라는 기초 아래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막대한 원유 매장량 등에 이끌려 베네수엘라에 차관과 기술, 인력을 제공하면서 투자를 확대해왔다.
한편,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악화일로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 앞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언급하며 “대화는 가능하다. 베네수엘라인과 남미에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