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삭풍만큼이나 차갑게 부는 '감원 칼바람'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금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천350원으로 지난해보다 10.9% 오른 게 주된 이유라고들 한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 음식점 종업원 등 최저임금 인상에 취약한 직종이 감원 칼날의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려는 훈풍도 심심찮게 불고 있고, 그 기세는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다.
1천330가구가 거주하는 인천시 중구 신흥 아이파크 아파트는 최근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22명의 경비원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줄이려고 4명 해고를 검토했으나, 투표에 참여한 1천6가구 중 848가구(84%)가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가구당 월평균 관리비는 2천∼3천원가량 오르게 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감원 대신에 주민들이 고통 분담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삼호동의 웅상신도시 푸르지오 아파트도 10명의 경비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관리비를 올리지 않고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려면 4명을 줄여야 하지만, 입주민 대부분이 감원에 반대한 결과다.
전체 987가구 중 806가구가 참여한 투표 결과 전체나 다름없는 795가구(98%)가 감원은 안 되며 관리비 인상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주민은 투표용지 뒷면에 ‘경비원 아저씨 사랑합니다’ ‘아버지 같은 분 해고는 절대 안 돼요’라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이 아파트의 사례가 시 전역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며 “공동주택관리지원사업 우선 지원이나 감사 면제 같은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일자리 안정 우수단지로 선정됐던 부산 금정구 장전동의 벽산블루밍 장전디자인시티는 경비·보안 등의 인력 17명을 수년째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산 연제구 거제유림아시아드 아파트도 작년 12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경비 인력 18명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근로복지공단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경비 인력 1인당 급여를 월 12만원 올려 국토교통부의 경비원 고용 안정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원 홍천군의 한 대형 음식점은 작년 말부터 직원을 10명 이상 신규 채용했다. 현 직원 수는 50여명에 달한다.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매출이 10% 이상 줄었지만,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음식점 대표는 “운영이 당장은 어려워도 경기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직원을 뽑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고양국제고교는 지난해 8월 비정규직인 학교보안관 2명에게 해고통보를 했으나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해고 반대 운동에 나선 덕분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한 시민은 “가장 취약한 직종에 있는 근로자들을 조금씩 힘을 보태 지키는 게 사회를 지탱하고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면서 “약자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굳어진다면 감원 칼바람이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