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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 “사람이 먼저다”

최근 50대 한일관 대표 등 개물림에 의한 ‘허망한 죽음’ 잇따라
최근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하는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는 한 번의 공격에도 치명상을 입게 돼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최근 8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53·여)가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 가족이 기르는 프렌치불독에 정강이를 물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패혈증으로 숨졌다. 얼마나 허망한 죽음인가.

또 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부부가 기르던 7년생 진돗개가 한 살배기 여자아이의 목을 물었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박모(26)씨가 아이 손을 잡고 안방에서 거실로 나오는 순간 진돗개가 아이에게 다가왔고, 겁을 먹은 아이가 손으로 개의 머리를 툭 내리쳤다. 그 순간 진돗개가 아이 목을 강하게 물고 흔들었고, 박씨가 간신히 떼어내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흘 만에 숨졌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死因)은 과다 출혈이었다.

2003년부터 사망사고만 17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중·대형견에게 물리는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개 물림 사고는 중·경상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다. 

2003년 7세 남자 어린이가 맹견에 물려 숨졌고, 2005년에는 어린이 4명, 2006년 6세 어린이가 숨졌다. 맹견에 의한 사망사고는 2007년 2건, 2008년 1건, 2009년 1건, 2013년과 15년에 각각 2건, 올해 3건으로 사망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에선 부모의 재채기 때문에 아이가 개에 물려 숨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부모와 함께 자던 생후 3일 된 아기가 어머니 재채기 소리에 놀란 핏불테리어에 물려 사망했다. 사고 5개월 전 입양된 개는 아이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약 6000만 가구가 9000만 마리 개를 키우는 미국은 반려건 천국으로 불리지만 그만큼 개에 물리는 사고도 잦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개에 물리는 사고는 1년 약 450만 건으로, 미국 인구 71명당 1명꼴이다. 그중 90만명은 감염 질환까지 겪는다. 사망자도 적지 않다.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는 비영리단체 ‘도그즈바이트(DogsBite)’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392명의 미국인이 개에 물려 숨졌다는 것.

전체 사망자 중 9세 이하가 절반에 가까운 49%(193명)였고 특히 만 2세 이하 영·유아 사망자가 27%(105명)나 됐다. 70세 이상 노인 사망자는 17%였다.

특히 국내에서도 맹견으로 지정돼 있는 핏불테리어는 미국에서 2005년부터 254명을 물어 숨지게 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올 8월까지 개 물림 사고 1046건 접수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국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 또한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4배 넘게 늘었다.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으로 해마다 증가해 2015년 1488건으로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1019건,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1046건이 접수됐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알려진 진돗개와 풍산개를 기르던 70대 노인이 태안군과 경북 안동시에서 각각 그 개들에 물려 숨지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70대 여성이 A씨가 키우던 핏불테리어에게 공격을 받아 오른쪽 다리와 왼 손가락 일부를 잘라낼 정도로 크게 다쳤다.

최근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최환영 판사는 핏불테리어를 관리하지 못한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줄줄이 발의

맹견에 물려 다치는 사고가 계속되자 지난 7월 21일에는 장제원 의원, 7월 28일에는 이태규 의원, 9월 1일에는 주승룡 의원. 9월 8일에는 황주홍 의원이 각각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주승룡 의원이 청소년 활동시설, 학교, 유원지, 공원, 대형건물, 경기장 등 불특정다수인이 이용하는 장소에 맹견을 동반하지 못하도록 하는 출입규제규정을 마련하는 것과, 장제원 의원이 개 물림 사고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눈에 띈다. 

현행 동물보호법(13조 등록대상동물의 관리 등)을 보면, 반려견 소유자가 공공장소에 반려견을 동행할 때는 반드시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단속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반려견 주인이 1000달러(한화 약 113만원)의 벌금형 혹은 6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영국에서는 개에게 물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견주에게 14년까지 징역형을 가능하게 했고, 미국에서는 맹견주에게 2급 살인죄가 적용된 사례도 있다.

‘개 물림 사고’ 피해를 줄이려면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100만원 이상으로 대폭 인상하고, 기르는 개가 사람을 물도록 방치했을 경우 처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 법 개정을 의원입법으로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정부입법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등록이 의무이고 목줄의 길이를 6피트, 그러니까 한 180cm 이하로 짧게 하도록 한 미국 LA의 사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 오히려 견주들에게 책임의식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반려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과 인근 아파트·주택 거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려견 주인들은 잘 관리하고 있다며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거주민들은 반려견에 물릴까 겁난다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반려동물 분쟁 층간소음의 5배

이태규 의원은 최근 반려동물 관련 소음이 층간소음보다 5배 이상 많다며 내가 기르는 동물이 타인에게 공포감, 불쾌감, 소음 등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큰 개를 키우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겁난다는 A씨는 “자신의 영역이 침범 당했다고 느끼면 개들은 잠재된 공격 본능을 드러내게 되는데, 자신보다 서열이 아래라고 생각하는 어린아이나 노인을 공격하기 쉽다”고 했다. 

개를 키우지 않는 B씨는 “평소 인근공원으로 산책을 다니는데, 큰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며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경우 보호자들에게 왜 목줄을 안 하고 다니냐고 말하지만 정작 보호자들은 ‘우리 개는 안물고, 개들이 답답해한다’며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 말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지난달 22일 논평에서 “경찰과 검찰은 사망사고를 유발한 책임을 물어 해당 견주를 구속수사해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살인죄 또는 살인미수죄 적용, 맹견 등록 허가제와 교육의 의무화 등을 담는 ‘동물로부터 안전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똥개라고 물지 않나요”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그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 등을 맹견의 종류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맹견들에게만 공격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시민은 “똥개라고 물지 않느냐”며 “어렸을 때 개한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트라우마 때문에 작은 개라도 기피하게 된다”고 했다.

개 물림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대해 한국심층심리연구소장 심상영 박사(융 학파 정신분석가)는 “어렸을 때 게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육체의 상처와 달리 심리적 상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십상인데 정신과의사를 포함한 심리치료전문가에게 치르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때 신문사들마다 수습기자들에게 뉴스밸류에 대해 교육하면서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거리가 안되고, 사람이 개들 물면 기사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개가 사람을 물어도 당연히 기사가 되는 사회 분위기다.

저명한 사회학자 겸 심리학자인 에릭 프롬은 사람의 자유를 ‘의지의 자유’와 ‘변덕의 자유’로 나누고 의지의 자유는 왜?라고 묻는데 반해 변덕의 자유는 왜 안 돼?하고 묻는다고 했다. 견주들은 개가 사람을 물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김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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