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어떤 택시를 잡아타더라도 부광유치원을 가자고 하면 거침없이 남구청 앞까지 달려가서 차를 세운다. 40년을 넘긴 역사를 자랑하는 부광유치원은 인천에서 유치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 곳에 가면 ‘세 탕이’라는 특이한 별명을 가진 ‘왈순아지매’를 만날 수 있다. 100만 청년백수시대에 70대 여성노인이 인천 부광유치원 운영, 인천광역시의회 의원, 인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논문 작성 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며 1인3역을 거뜬히 해내는 여장부가 있다.
50여년 전 구멍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조개 까던 그 소녀, 집안 형편 때문에 야학을 다녀야만 했던 그녀가 인천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광역시의회 의장을 지냈는가 하면 70대인 지금도 광역시의회 의원으로 활약하는 등 ‘세 탕이’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부부 되는 것이 싫어서 교직을 떠나더라도 궁핍한 생활을 하지 않기 위해 과외지도에서부터 미장원, 음식점, 소규모 운수사업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쉬지 않고 두 탕, 세 탕을 억척스레 뛰었기 때문에 동료교사들이 붙여준 별명이 ‘세 탕이’이었다.
영화초등학교, 인천사범학교 병설 중학교를 거쳐 인천사범학교(8회)를 졸업한 이 의원은 딸이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문인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외손녀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내년에 교사로 첫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라 모녀 3대가 교육계에 몸을 담게 됐다.
당시 쥐꼬리만 한 공무원 봉급으로 월급날만 되면 언제나 쇠고기 한 근, 돼지고기 한 근을 사들고 7년간 ‘처녀 이영환’을 쫒아 다녔고, 이 의원의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박 서방이 바로 시흥시 부시장을 지낸 고 박원준씨다.
이 의원은 최근 종합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건강관리를 잘 했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했단다. 건강의 비결이 아무리 생각해도 밝히기 어려운 어머니의 민간요법 ‘비방’에서 비롯됐다고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의 더러운 손을 닦아 주면 제 손은 저절로 깨끗해 진다’는 것이 이영환 의원의 좌우명이다.
남을 돕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이 의원이 특히 노인들을 잘 섬기는 까닭은 인생은 유일회적이고, 노인들은 죽음과 보다 가까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저출산 대책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고령화 대책이고, 국가와 지자체는 ‘노인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우선순위를 둬야한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경로당에 있는 80대 차상위계층인 노인들의 입에 크림빵 한 개라도 더 들어가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노인복지라고 그녀는 굳게 믿고 있다.
70대의 이영환의원은 인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대리 양육 조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조손 또래 유능성과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유치원을 운영 하면서, 광역시의회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이영환 의원은 70대에도 여전히 별명 그대로 ‘세 탕이’인 것이다.
1920년생으로 올해 97세인 김형석 교수가 지난 9월 15일 소망교회에서 특강을 했다.
“60세가 되니까 철이 들더라. 사회지도자는 60이 넘어야 뭘 좀 안다. 백세를 살아보니 75세까지는 성장이 멈추지 않더라. 물을 줘야 콩나물이 자란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주는 물이란 바로 독서이고 공부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지론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실천하는 ‘세 탕이’ 이영환 시의원의 인생도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