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단 공개 사생활 침해”… 다른 유공자 명단도 비공개
보훈처 “작년말 기준 5·18유공자 4천415명… 공개 불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며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제주도당에서 연 간담회에서도 “5·18 유공자 명단이 공개가 안 돼서 이런저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와 법원 판결에 따르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채모 씨 등 102명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사항은 유공자들의 개인정보로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적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5·18 유공자, 유족 등 명단과 사망·행방불명 등 경위·원인에 관한 사항을 일률적으로 공개할 경우 사생활의 비밀·자유가 침해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면서 “5·18 유공자 외에 국가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 다른 유공자의 명단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독립유공자 명단의 경우 시행령에 따라 발간되는 공훈록에 근거해 예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보훈처 역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사유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 중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공공기관들이 활용하는 ‘비공개정보 세부기준’ 역시 유공자 포상 등 각종 업무수행과 관련해 취득한 개인의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비공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작년말 기준 ‘5·18 민주유공자’ 수가 4천415명이라고 13일 밝혔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요구하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개인신상 자료로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5·18 유공자는 ‘5·18민주화운동’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 181명, 5·18 부상자 본인(2천289명) 및 유족(473명) 2천762명, 5·18 기타 희생자 본인(1천327명) 및 유족(145명) 1천472명이다.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공자로 지정됐고,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5·18 기타 희생자는 5·18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사실 때문에 생업 등에 종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보훈처는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5·18 유공자 명단은 개인신상 자료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1항·6호는 ‘해당 정보에 포함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훈처는 법원이 5·18 유공자 명단 공개 관련 소송에서 공개 불가 판결을 내린 것도 명단 비공개 이유로 꼽았다. 성수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