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근 10년간 가구 빈곤이 심화한 것은 높은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인구 고령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3일 ‘고령화 시대 가구특성 분석과 노인 빈곤율 완화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경연이 한국복지패널의 최근 10년간 자료(2007∼2016년)를 활용해 전체 가구의 가구 빈곤율을 추정한 결과, 시장소득 기준 가구 빈곤율이 0.245에서 0.275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소득은 근로·사업소득 등이고 여기에 조세지출·공적이전소득을 반영하면 처분가능소득이 된다.
전체 가구를 일반가구와 노인가구(가구주의 나이가 65세 이상)로 구분하면 일반가구의 빈곤율은 2007년 0.143에서 2016년 0.121로 개선됐지만, 노인가구 빈곤율은 0.655에서 0.65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특히 2016년 기준 노인가구 빈곤율은 일반가구 빈곤율의 약 5.4배에 달했다.
한경연은 최근 고령화 심화에 따라 노인가구의 비중이 증가(0.200 → 0.291)하면서 빈곤율이 높은 노인가구의 상대적 비중이 커지고(0.535 → 0.688), 결과적으로 전체 가구의 빈곤율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소득이 아닌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측정한 전체 가구 빈곤율은 0.199에서 0.191로 미미하지만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이 가구별 특성에 따라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을 분해한 결과, 노인가구는 일반가구보다 미취업 가구주 비중과 1인 가구 비중이 컸고 학력 수준과 취업가구원 비중은 작았다.
구체적으로 2016년 기준 노인가구에서 미취업 가구주 비중은 68.4%, 중졸 이하 학력 수준은 71.6%, 가구주 제외 취업가구원 수 0∼20% 비중은 75.0%, 1인 가구 비중은 44.4%였다.
한경연은 “이러한 가구적 특성은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 격차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이라며 “가구주의 취업 여부(37.9%), 가구주의 학력 수준(18.2%), 취업자 가구원 비중(9.2%) 등 순으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의 경우 빈곤층을 탈출하는 데 있어 근로소득의 상대적 기여도(일반가구 78.7%·노인가구 44.7%)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가구는 근로소득 뿐 아니라 사적이전소득의 기여도도 25.1%로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의 경우 빈곤층 탈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소득원천이 일반가구는 근로소득(75.9%), 노인가구는 공적이전소득(32.5%)이었다.
유진성 한경연 국가비전연구실장은 “노인가구의 취업이 노인가구 빈곤율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고령층에도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를 늘리고 여성 등 노인가구 가구원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 실장은 또 “노인가구의 경우 빈곤층 탈출을 위해 공적이전소득과 사적이전소득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국민연금이나 공적부조제도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상 혜택과 가입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