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골목의 어느 식당 구석진 별실에 12 ~13 명 정도가 모여 떠들썩하다.
공주같은 꽃무늬 원피스에 흰장갑 생화꽃너울을 쓰고 칼라 골프공으로 포인트를 살린 꽃다발을 안고 한 여인이 상기된 얼굴로 앞에 나와 서있다.
나비넥타이에 꽃사지를 꽂은 남자가 사회를 보며 여인에게 질문을 하고 여인은 웃으면서 ‘네’라고 대답을 하고 있다.
1. 비가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바쁠 때나 한가할 때나 골프를 사랑하시겠습니까?
2. 매너와 룰을 존중하고 친목을 도모하며 자연을 사랑하시겠습니까?
3. 여기 있는 동반자들이 부르면 만사 제쳐놓고 언제든지 골프장으로 달려오고, 본인 사망 외에는 골프약속을 꼭 지키겠습니까?
그러자 사회자는 “오늘부터 ㅇ ㅇ ㅇ는 골프를 평생 사랑하며 골프와 함께 살기로 여러 증인들 앞에서 약속하였습니다. 이에 골프인으로 정식 입문하였음을 선언합니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여인은 골프공에 입을 맞추고 파트너인 한 남성이 나와서 ‘첫라운드 기념’이라고 새겨진 금반지를 끼워 주었다.
하객들은 꽃다발과 축하선물을 전하고 주인공도 기념품을 돌렸다.
이상은 어느 여성의 머리올리기 행사의 일부분으로 라운드 후 리셉션 장면이었다.
사실 위의 주례자는 필자였고 머리올리기 이벤트 주례로는 4 번째였다. 그날 첫라운드 티업행사로는 2개의 칼러연막볼 시타로 축포를 쏘아 올렸고 행사의 모든 장면과 라운드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머리올린다’는 것은 곧 골프에게 시집 또는 장가간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골프를 사랑하게 되고 평생을 골프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맞이하는 시작이나 중간 끝과 같은 터닝포인트에서는기념을 하거나 의식을 만들어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골퍼에게 생애 첫 라운드는 뜻깊게 기념하고 싶은 시작점이다. 특별하고 멋진 추억으로 만든다면 평생 기억하게 되고 수시로 재미나는 대화의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골프도 첫 경험 당사자는 모든 것을 잘 모른다. 앞서가고 먼저 경험한 사람이 챙겨줘야 할 부분이 많다. 그냥 내버려 두면 무의미한 첫 라운드로 보낼 뿐 아니라 비용도 과용하기 쉽다. 단순히 프로와 첫 실습라운드를 하면 모든 비용 외에 별도 사례비까지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만 보면 머리올릴 때는 반드시 저렴하고 의미있는 이벤트를 권장한다.
중급핸디 이상의 한 두 팀을 구성, 장소는 아름답고 붐비지 않는 정규골프장으로 잡는다. 골프비용은 더치페이다. 겨울이나 연초에 연습을 시작, 4 개월 후 봄에 나가는 것이 분위기가 가장 아름답다.
첫 라운드는 잘치기 위함이 아니다. 매너와 룰 그리고 라운드 과정의 실습일 뿐이다.골프코스가 이처럼 아름답고 라운드는 유쾌한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일 스윙교정이나 샷기술 레슨은 최소화 해야한다.
리셉션에는 골프는 안 쳐도 축하해 주려는 친지와 친구들을 추가로 초청하는 것도 좋다. 부부나 연인이면 파트너가 호스트를 하고 동반자 중 선임자나 상수핸디가 사회 주례를 보는 것이 좋다.
머리올리기(혼인)이므로 파트너는 주인공에게 1~1.5 돈의 금반지를 준비하면 평생 기념이 될 것이다.
반지 안쪽에 ‘첫라운드기념 ×년 ×월 ×일’을 반드시 새겨서 맞추면 더 의미가 깊어진다.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베풀어 주면 주인공은 평생 골프동료가 된다.
그리고 첫 라운드 1년 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동반자들과 하는 라운드를 '첫돐 라운드'라고 하며,1년 동안 골프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라운드를 한 번 더 하게 된다.
필자가 머리올리기 행사를 주례한 4명의 골퍼들은 다 상급자 골프광이 되어있고 수시로 골프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
그들은 라운드를 할 때마다 그 반지를 끼고 나와서 자랑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벤트로 만들어 주면 골프와 사랑에 빠지고 골프를 잘 치게 만드는 참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머리올리기를 엉겹결에 치르거나 2차 3차 술판으로 인사불성에 빠뜨린다면 무의미하고 평생 악몽으로 남을 뿐이다.
아름다운 이벤트로 온종일 찍은 사진들은 평생의 소중한 보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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