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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생멸과 소통의 신비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 휴비츠 고문)
우리 몸에는 수백 조에 달하는 세포가 살고 있다. 
오장육부 전신의 어느 곳이고 없는 데가 없다. 물론 생멸하고 살아 움직인다. 그 역할이 인간의 영육 모두에게 심대한 영향을 주는데 생사를 좌우할 정도다. 보통 육안으로는 그 실체를 볼 수 없으나 그것이 하는 활동은 감지할 수 있다. 

세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므로 태어나고 죽으며 활성화되거나 자살로 도태되기도 한다. 

활성화는 세포가 빛이나 기타 에너지를 흡수하여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고, 세포가 도태되는 것은 세포가 더는 필요치 않거나 유기체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이 되면 제 스스로 자살하는 현상이다. 그런 현상을 아포토시스apotosis 라고 한다.

세포가 고도의 인지기능을 소유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마도 듣는 기능이 작동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거나 느낌을 통해 상황과 상태를 인지할지 모른다. 그리고 신비하고 고도화된 방법으로 소통하는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에 왜 들은 이의 가슴이 갑자기 뛰고 얼굴이 빨개지며 숨이 가쁘고 목이 타는 현상으로 반응하는 걸까. 말 한 마디에 심장과 얼굴과 목이 일시에 반응하게 만드는 주역들은 무엇일까. 

사람이 속을 썩이면 왜 가슴에 울화가 치밀고 쌓여 울화병이 될까. 고민을 감지한 세포가 함께 화를 내고 흥분해서 혈압을 올리고 갈증을 유발하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나쁜 현상이 전적으로 감지한 세포들이 반응한 대로인 것이다. 저 모든 반응현상을 빚어내는 역할을 세포들이 하는 것이라니 신비하고도 무섭다.

세포는 자극과 인지에 의해 활성화하기도 하고 자살해 소멸되기도 하는데 적절한 신호자극에 의해 스스로 자살해 사라지는 아포토시스 현상은 무시로 일어난다.

여자들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월경이라는 자궁에 아포토시스 현상이 일어나 세포를 버림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게 된다. 

한 여자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여 입원했다. 내과진단을 받고 온갖 검사를 다 했으나 장에 혹이 돌기한 이상 이외는 의심할만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복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난감해진 내과에서 혹시나 하여 정신과에 진찰을 의뢰했다. 그 결과 원인이 밝혀졌다. 

울화로 인한 우울증을 일으킨 세포들이 너무 쌓여 통증을 유발한 것이다. 말하자면 장내에 적절한 아포토시스 작용이 일어나지 않은 탓이다. 

치료는 간단했다. 우울증을 조장하는 세포들에게 신호자극을 가해 아포토시스를 일으키게 만든 것이다. 해서 그녀가 독방에서 마음껏 땅을 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울도록 했다. 

그렇게 반나절이나 울고 난 후 그녀는 지처 잠들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여인에게서 통증은 싯은 듯이 가셨으며 혹도 사라졌다.

우주탐사에 천문학적 규모의 거금을 쓰고 있는 과학의 첨단 기술로도 저 세포와의 소통하는 신비를 규명하지 못하는 것은 과학의 나태요 수치다. 그런 인간의 한계가 그게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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