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합의하고 서명해 발표한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이른바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휴전협정문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즉 휴전협정은 당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던 미국과 북한 간의 협정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휴전 협정의 당사자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문이 효력이 있는지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피로 지켜온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사실상 포기하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정찰 자산을 스스로 봉쇄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고위 국방 당국자를 내세워 ‘우리가 더 많이 양보해도 평화를 얻었으니 우리가 유리하다’는 정부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면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는 한마디 사과도 받지 못한 마당에 스스로 무장을 해제했다”고 비판했다.
또 같은달 27일에도 “문재인정부는 피로써 지켜온 서북도서 북방한계선(NLL)의 해병대 장병 전력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키고도 평화 안보만 외쳐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해상 적대행위중단구역(완충수역)을 설정한 데 대한 일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주장과 관련, “(남북 협의 과정에서) NLL은 건드릴 수 없는 상수라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지난달 21일 밝힌 바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완충수역을 설정할 때 원칙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힌 뒤 “NLL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해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에 대해 “NLL 등면적 원칙은 확고한 지침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해상에서 이것(NLL 등면적 원칙) 적용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군사분야 합의서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 무력증강 중지, 해상 봉쇄·차단 금지, 항행(무해통항권) 방해 중지, 정찰행위 중지 등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북측의 요구사항은 최종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실제 합의서 1조 ①항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정부가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평화적 합의라고 홍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서해완충구역 설정’과 관련한 비판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달 27일 모 중앙언론에 발표한 ‘국민 생명은 커녕 국군 목숨도 못 지키게 됐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북한이 오히려 양보했다는 주장은 최소한의 군사 지식과 양심만 있다면 황당한 왜곡임을 알 수 있다면서 “군비 통제의 기본은 공격용 무기는 줄이고 정찰은 확대해 상대방 의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이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 정찰을 허용한 ‘항공 자유화 조약(Treaty on Open Skies·1992년)’에 서명한 게 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평양 합의로 전방 지역 감시가 불가능해져 기습을 당하거나 과도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사적 신뢰를 위한 기본 원칙도 무시한 합의는 오히려 평화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군사작전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우리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을 위험에 빠트린 최악의 도박이다. 북방 한계선(NLL)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서북 5도서와 덕적도가 고립됐다. 반면 북한의 장사정포·대함(對艦) 미사일 등 핵심 전력은 육지에 배치돼 영향이 전혀 없다. 북방 한계선과 수도권 서(西)측방을 지키는 우리 해병대와 해·공군 합동 작전 체계는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보다 2~3배 많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균형을 이루는 것은 우리 군의 첨단 전력, 즉 정보 감시, 정밀 타격력이다. 군사분계선(MDL)에서 20~40㎞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면, 수도권을 목표로 전방 전개한 북한군 주력의 동향을 감시할 수 없고 근접 정밀 타격도 불가능하다. 북한군에게 우리 첨단 전력이 무력화된 공간에서 완전한 '성역'을 주고 언제든 편안하게 수도권 기습에 성공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선물로 준 셈”이라면서 “군사 합의로 평화를 확보하려면 북한도 약속을 지키는 '정상 국가'여야 한다. 7·4 공동성명(1972년) 이후 올 4월 판문점 선언 전까지 남북한 간에 크고 작은 회담이 655회 있었고 245회는 서명까지 했지만, 북한은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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