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2017년 기준으로 약 70만명 정도지만, 5년 후인 2024년에는 100만명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치매 대란’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로, 전체의 약 60∼8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 속에 과도하게 쌓이거나 뇌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의 이상으로 신경세포가 파괴돼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첫 증상으로는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의 기억장애와 말하기, 읽기, 쓰기 등에 문제가 생기는 언어장애,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시공간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 초조, 환각,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알츠하이머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는 고령의 연령이 꼽힌다. 그런데 최근 연구 논문을 보면 수면 중 호흡장애가 알츠하이머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면호흡장애는 수면 중 호흡기 내 공기 흐름이 막히면서 코골이가 심해지고, 호흡이 일시적으로 10초 이상 멈추는 게 주요 증상이다.
16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 최신호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교실 전기홍 교수팀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코호트에 등록된 42만5천172명 중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727명과 건강한 대조군 3천635명을 대상으로 수면호흡장애가 알츠하이머 발생에 미치는 연관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결과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를 모두 보정했을 때 수면호흡장애 환자는 수면호흡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1.58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 등의 호흡장애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홍 교수는 “수면호흡장애가 지속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수면호흡장애가 알츠하이머 증상이 발현하기 전 증상(preclinical)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휘튼(Wheaten) 대학 연구팀도 '알츠하이머병학회 2017 국제학술회의'에서 수면호흡장애가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인지기능이 정상인 516명(71~78세)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수면호흡장애 그룹은 수면호흡장애가 없는 대조군보다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더 많이 늘고 증가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런 결과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79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수면호흡장애가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과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면호흡장애를 치매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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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9-02-25 12:3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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