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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과 국민적 각성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 / 전 (주) 휴비츠 고문)
올해 기해년으로 삼일절이 100주년을 맞는다.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긴지가 강산조차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열 번이나 지났는데도 한일관계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민족적 감정과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한일과거사 청산에 대한 무성의함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조선이 일제한테 나라를 빼앗긴 과정을 보면 그로부터 3백여 년 전에 일본이 일으켰던 임진왜란과 흡사한 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게 다 우리가 힘없고 어리석은 탓에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다.

16세기에 이르러 내전을 치르고 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고조돼 있는 호전성과 좀이 쑤셔 분출구를 찾는 군사력을 결집시켜 장악할 목적으로 임진년에 조선으로 쳐들어왔다. 

왜군과 맞서 싸울 힘이나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조선은 허무하게도 20일도 버티지 못한 채 수도인 한양이 함락 당함으로써 7년간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7년간 왜군의 살육으로 조선백성의 60퍼센트가 사라졌으며 왜군의 분탕질로 전국토가 쑥대밭이 되어 전쟁이 끝난 후에 노동인구가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해 굶어죽는 아사자가 속출, 급기야 사람을 잡아먹는 참상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3백여 년 후인 조선왕조 말기에 이르러 조총이라는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전한 여세를 몰아 한반도에 대한 암계의 마수를 뻗혔으니 1904년 조선왕을 겁박하고 회유하여 맺은 한일의정서라는 제1차 한일협약이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05년에 무력을 앞세워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 외교권을 빼앗은 다음 1910년에 무력으로 한일합방조약을 체결해 주권을 빼앗았으니 조선의 500년 유장한 사직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경술년에 당한 나라를 빼앗긴 수치라 하여 경술국치라고 했다.

3.1절마다 도지는 울분과 자탄을 멈출 수가 없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가 일본한테 강제로 합방당해 식민지로 36년간이나 살아야 했던 원인은 일본의 야욕 때문이긴 하지만 또한 우리한테도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조선은 어리석게도 같은 왕조에서 당했던 임진왜란의 참혹한 선례를 잊고 거안사위 유비무환 (居安思危 有備無患 편안히 살 때에 위기가 닥칠 때에 대비하면 환란을 당하지 않는다)하지 않았다. 정치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의 경우 얼마나 세상 돌아가는 실정에 청맹과니였고 정보가 부족했으면 일본을 다녀온 수신사의 전란발발 가능성에 관한 정정政情 보고가 엇갈림에도 진위를 가릴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조신들은 도론만 일삼았다. 

그러한 무능한 정치는 한일합방 때까지 개선되지 않고 계속돼 결국엔 조정 중신들을 매국노로 타락시켰다.
그리고 그와 같은 안이한 정치는 세상에 개화의 격랑이 몰아쳐 일본의 경우 조총을 만든 다 장교를 양성하기 위한 군사대학을 세운 다  조선조 말기 시대흐름에 부응하였는데 비해 조선은 개혁파를 배척하는데 주력했다.


 한 마디로 일본과는 정반대로 조선은 시대흐름인 개화에 무지하고 소극적이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국제정치가 국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진왜란 때 군사력이 약해 나라가 망할 번한 쓰라린 경험을 한 조선 조정은 군사력 증강에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서 일본 낭인과 소총수 군대를 앞세워 매국노 이완용 등과 야합해 한일합방조약을 강요하다시피 맺었으니 그로써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파스칼의 명언 중에 ‘힘이 없는 정의란 무효다.’ 라는 경구가 있다. 임진왜란이나 한일합방시기에 있어 조선이 마치 무지몽매한 사람처럼 국가보위를 그토록 엉성하게 함으로써 국가존립을 위태롭게 만든 것은 개탄스러운 조신들의 죄였다. 

또 다른 이유는 날강도 같은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긴지 9년이나 지나서야 삼일운동이라는 국민저항이 시작되었다는 유감스러우나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의 커다란 단점중 하나가 국가보위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잘 안되고 정의를 위한 저항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반면에 이념적 선동이나 바람에 너무 쉽게 동요해 이 좁은 나라에서 편을 가르고 이념적으로 대립해 국력을 소모하고 약화시키고 있다. 옛날부터 반상이라는 계층 간의 갈등이나 붕당정치의 폐단이 그러했다.

그러므로 삼일절을 맞아 우리국민이 각성해야 될 일이 있다
그 하나가 해묵은 대일감정을 순화醇化시켜 선린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한일양국처럼 해묵은 감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란 드물다. 
이 세계화시대에 과거사에 연유한 유감 때문에 지금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소모적이고 불리한 짓이다. 현명한 관계는 감정 대신 실리 중심의 선린관계의 유지다. 

일본의 경우 무역수지만 해도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재개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17년만 해도 대일무역 수지는 그 적자규모가 무려 283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은 한국의 중간재 공급원이고 한국은 일본의 큰 고객인 것이다. 저런 관계는 감정과 무관한 호혜관계다. 

감정적 배일 대신에 실리적 극일을 힘써야하는 것이다. 양국이 하루속히 불행한 역사로 인한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광복된 지만해도 어언 75년이나 되었잖은가. 그리고 우리가 대오 각성할 것은 국력을 기르는데 국민적 합의와 호응이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국력을 소모시키고 약화 시키는 이념적 갈등이나 편 가르기 선동정치를 멈추고 국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국력이라 함은 외교력, 경제력, 군사력, 국민의 결집력으로 그 모두가 우리 손에 달려있다. 

개인과 이해집단의 편향된 주장과 이익추구를 멈추고 대의지향에 나서야한다. 지금은 정치고 경제고 사회고 온통 이해집단들이 분열돼 갈등하고 내주장으로 정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집단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대의를 저버리거나 대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국가에 대한 불충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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