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3분기(7∼9월) 깜짝 성적표를 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 1.4%(속보치)는 2분기(0.6%)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금융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치 0.8∼0.9%를 훨씬 웃돈다.
특히 3분기에 북한 리스크(위험)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여러 악재를 이겨낸 성적표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3분기 성장률은 사실상 수출이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이 어느 정도 좋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3분기 수출은 전기대비 6.1% 늘면서 2011년 1분기(6.4%) 이후 6년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9% 포인트로 집계됐다. 단순히 계산하면 기여도가 3분기 한국경제 성장률(1.4%)의 60%를 넘었다는 얘기다.
수출은 ‘슈퍼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뿐 아니라 화학, 석유, 기계, 자동차 등 비교적 고른 품목에서 뜨거운 상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수출은 지난 10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 수출물량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은 19.8% 늘면서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수출량은 31.2% 뛰었다. 수출에 힘입어 제조업 성장률은 3분기에 2.7%로 2010년 2분기(5.0%)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3분기 성장률에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도 한몫했다.
정부소비 증가율이 2.3%로 2012년 1분기(2.8%) 이후 5년 반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정부소비에 대해 “물건비 및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에 역점을 둔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이 3분기에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빛을 낸 것이다.
건설투자는 2분기 0.3%에서 3분기 1.5%로 뛰었다. 당초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하반기 건설투자가 둔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에 그친 셈이다.
설비투자 성적표도 나쁘지 않다.
설비투자 성장률은 2분기 5.2%에서 3분기 0.5%로 떨어졌다. 그러나 3분기 설비투자를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16.8%나 늘었다.
수출이 늘면서 기업들의 투자 심리도 나쁘지 않았다.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실물경제 개선은 금융시장 안정이 뒷받침한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 리스크에도 외환시장이 동요하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를 비롯한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 행진을 하며 열기가 뜨거웠다.
다만, 민간소비 성장률은 0.7%로 2분기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를 완만한 회복 추세로 평가했지만, 수출이나 건설투자 등 다른 항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게 사실이다.
수출 증가에도 고용 한파는 이어지는 등 서민의 체감경기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3분기 서비스업은 작년 동기대비 2.2% 성장했지만,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3%는 달성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이 ‘제로(0)’에 그치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3.1%가 되고 -0.5%로 후퇴해도 연간 성장률 3.0%가 가능하다.
또 4분기 성장률이 0.2∼0.5%로 나오면 연간 성장률이 3.2%에 도달하고 0.56%를 넘을 경우 연 3.3% 성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성장률 전망에서 최종적으로 웃을 공산이 커졌다.
LG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7%) 등 대부분의 민간기관이 2%대 후반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은 3분기 깜짝 성장이 내달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4분기에는 전기대비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 수출은 10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량을 앞당겨 출하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4분기 영업일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일 줄어드는 만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에 영업일 감소 등으로 수출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 리스크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분기에 수출과 정부소비가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4분기에는 북핵 리스크, 중국의 사드보복이 어떻게 될지가 변수이고 소비의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