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내면 물고, 뜯어내면 또 물고, 저에겐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이런 맹견을 키우는 것도 그렇지만 목줄도 없이 키운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50바늘이나 꿰맨 아들(4)을 볼 때마다 서모(39)씨는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무거운 죄책감을 느낀다.
지난달 23일 강원 A시에 있는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서씨 가족은 끔찍한 일을 겪었다. 어린이집 안에 있는 실외놀이터를 보고자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던 게 화근이었다. 문을 열고 아이가 달려나간 순간 입마개도, 목줄도 없는 큰 진돗개가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아이가 울거나 소리를 지르면 개가 흥분하지는 않을까 “괜찮아, 안 물어. 아빠가 갈게” 하는 순간 개는 아이를 물기 시작했다.
서씨가 개를 아이에게서 떼어내면 다시 아이를 물기를 네다섯 차례 반복한 뒤에야 아이를 안전하게 떼어냈으나 무려 50바늘이나 꿰맬 정도로 상처가 컸다.
놀이터 출입문에는 흔한 ‘개 조심’경고문조차 없었다.
아이는 퇴원했으나 사고 충격으로 며칠 동안 제대로 걷질 못했고, 서씨의 아내는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씨는 “어떻게 이런 성견을 목줄도 없이 키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이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정말 미칠 것 같다”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씨 가족처럼 개 물림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는 6천883명이다. 2016년 2천111명, 2017년 2천404명, 2018년 2천368명으로 매년 2천 명 이상이 사고를 겪었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5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226명이 개에게 물려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1천550명, 40대 1천241명, 60대 962명, 70대 718명으로 중장년층이 젊은층보다 더 많이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10세 이하 436명, 10대 312명, 20대 550명 등 젊은층 부상자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류모(63·여)씨가 도로를 걷다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 다리를 물렸고, 3월 경북 경주에서는 한모(35·여)씨가 딸(5)과 함께 산책하다 지나가던 개에 물려 병원 신세를 졌다.
동물보호법상 견주는 외출시 반려견의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오는 21일부터 맹견 주인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목줄과 입마개 등 미착용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맹견을 유기한 견주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법으로 규정한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다섯 종이다. 진돗개는 맹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개 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은 기본이고, 주인 허락 없이 개를 만지거나 다가가는 일도 금물이다.
개가 공격해오면 가방이나 옷 등으로 최대한 막고, 넘어지면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귀와 목 등을 감싸야 한다.
소방 관계자는 “개에 물렸을 때는 즉시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어주고, 출혈이 있는 경우 소독된 거즈로 압박하는 등 응급처치 후 119도움을 받아 신속히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