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장관 정책보좌관 맡아 북핵협상·남북회담 관여
문대통령 2015년 3월 해병대 방문두고 “쇼를 하고 있다” 비난
2015년 7월 사드 관련 ‘나라가 망하는구나’라는 생각 들었다
자유한국당 ‘사드 반대, 대북제재 비판’등 들어 지명철회 요구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내년 총선을 대비해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개각 명단에 포함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인제대 교수,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자문단을 거친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관계 전문가다.
강원 북평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 석·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러나 과거 SNS상 발언에 대해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이 집중공세를 벌이고 있어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김연철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던 2015년 3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군복을 입고 해병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김 후보자가 “쇼를 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 같은 해 7월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와 관련해 “정부의 무모한 결정과 민주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면서 ‘나라가 망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도 했다.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후보자는 12일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사과드린다”면서 해킹 우려를 이유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임시로 닫았다.
김 후보자 측은 “당시 글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일반인의 시각에서 아쉬움을 표시한 것”이라며 “일반 학자와 공직자의 언어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언행에 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와 민주당 쪽에도 SNS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고 자신이 거론해 문제가 된 인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예고된 더불어민주당 4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자 등 7개 부처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문재인정부 집권 중반기를 맞아 단행된 이번 개각을 놓고 야당이 본격적인 검증의 칼날을 벼르고 나서며 정치인 출신 박 내정자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해 인사청문 대상자들이 무사히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관 내정자들에 대해서 도덕성 검증, 자질 검증을 송곳 같이 해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번 인사에서 민생과 외교·안보 실정 책임을 묻는 교체 없이 이를 방치하는 문재인정권의 몽니만 재확인됐다”며 “전문성,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이 실종된 ‘내 사람만 쓰는 코드 인사’로, 국민 눈높이에서 무자격 장관 지명자들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특히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언급, 최우선 타깃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과거 “개성공단 폐쇄는 자해적 수단”이라고 한 김 내정자의 발언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나라가 망한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글 등을 놓고 대북 인식을 문제삼을 전망이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모든 수단의 효과는 다 때가 있다. 지금은 바로 제재 완화라는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상 대북제재를 반대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분을 한미동맹이 매우 흔들리는 시점에 내정한 것은 이 정부가 앞으로 한미동맹의 결별 수순으로 가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며 “도덕성 검증은 별론으로 하고 자격과 자질 검증에 있어서부터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말했다.
이양수 대변인도 김 후보자에 대해 “사드 배치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던 분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가 의심하는 상황에서 ‘창의적 해법’으로 대북제재를 풀겠다는 강성 햇볕론자”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남북관계 등 한반도 문제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연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 분야에 편중된 국내 북한학계에서 드물게 경제를 연구해 수령제의 기원을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찾은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북한경제개혁연구’ ‘북한의 배급제 위기와 시장개혁 전망’ 등 저서도 냈다.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2000년을 전후로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남북 경협의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또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북핵 협상과 남북회담에 관여했다. 당시 9·19공동성명이 나오는 6자회담 협상 과정에 참여했고 정 전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5년 6·17 면담 때도 협상팀과 함께 방북했다.
이후 인제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였고 이 가운데 ‘냉전의 추억’ ‘협상의 전략’ ‘70년의 대화 : 새로 쓰는 남북관계사’ 등은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특히 ‘협상의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구매해 읽었다는 후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장인 통일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평화협정 가안을 만들어 학술회의를 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