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30)이 14일 경찰에 출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승리와 정준영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성접대,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경찰 유착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짙은 감색 스트라이프 정장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 나타난 승리는 “성접대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받고 피해받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직도 카카오톡 대화가 조작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이동했다.
승리의 경찰 출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7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이달 10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식 입건됐다. 그는 이번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한 매체는 승리가 서울 강남 클럽들을 각종 로비 장소로 이용하고 투자자에게 성접대까지 하려 했다며 2015년 12월 승리가 설립을 준비 중이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유 모 대표,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승리와 함께 대화방에 있던 인물인 유리홀딩스 유 대표도 이날 낮 12시 50분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접대 자리가 만들어졌는지, 이 자리에 여성들이 동원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은 이날 오전 10시께 경찰에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정준영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이 휴대전화 원본을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오늘 조사받으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또 ‘범행 당시 약물을 사용했느냐’ ‘2016년 수사를 받을 당시 뒤를 봐준 경찰이 있느냐’ 등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준영은 ‘최근까지도 불법촬영을 했느냐’ ‘단톡방에 공유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준영은 승리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정준영은 2015년 말 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 사실을 언급하며 몰래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등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과 수차례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도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준영이 올린 영상들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당 영상이 촬영·유포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방송 촬영을 위해 최근 미국에 머물러 온 정준영은 지난 12일 오후 귀국했다. 경찰은 같은 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정준영을 입건했다.
경찰은 정준영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의 심각성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날 정준영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았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 질의에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답했다.
민 청장은 “막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이고, 수사로 하나하나 확인해 가는 과정이 있어 모든 사안을 명명백백히 밝힌 뒤 그에 따라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드리겠다”면서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승리, 정준영 등이 참여한 대화방에서 경찰 고위 인사가 자신들의 뒤를 봐주는 듯한 대화가 오가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상대로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한미 기자